독서일기(정치사회)

벼랑에 선 사람들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2. 8. 19. 16:52

1. 개괄

제정임, 단비뉴스 취재팀의 <벼랑에 선 사람들>을 읽었다. 제정임 교수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에 재직중이고, 단비뉴스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이 2010. 6. 21.부터 발행하고 있는 온라인신문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빈곤층이 맞다뜨리는 원초적 불안 다섯 가지를 취재한 결과를 정리하였다. 다섯 가지는 생계 불안, 주거 불안, 보육 불안, 의료 불안, 금융 불안이다. 다섯 가지 불안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해진다.

 

2. 발췌

중위소득 50% 미만인 근로 빈곤 가구들의 소득에서 전 월세 등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율, 즉 월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이 30%를 넘는 가구가 20%나 됐다. 중산층 이상에서는 이 비율이 3.9%에 불과했다.

 

텔레마케터로 일하면서 너무 감정을 소진한 탓인지, 다른 사람과 더 이상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매일 8~10시간씩 야간 청소일을 하면서 한 달에 100만 원은 아무리 따져도 너무 적다.

 

우리 나라에서 청소직 노동자들이 대거 용역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라고 한다. 정부와 기업의 노동유연화 정책에 전문화 바람이 겹치면서 청소 용역업체 수가 급격히 늘었다.

 

생계비도 안 되는 임금 때문에 직원 식당에서 밥을 사먹기가 부담스러워 청소 아주머니들이 건물 내 여자 화장실에서 도시락을 먹는 경우도 많다.

 

반지하, 혹은 지하층에서 살아가는 가구가 서울만 해도 전체 331만여 가구 중 10.7%인 36만여 가구에 이른다. 통계청의 2005년 기준 조사결과다.

 

고시원 업주들의 모임인 한국고시원협회에 따르면 2009년 현재 전국의 고시원 거주자는 약 25만 명으로 추정된다.

 

국내 전체 보육시설 3만 5,550개 중 직장 보육시설은 370개로 전체의 1% 수준, 국 공립 보육시설은 1,917개로 전체의 5.4%에 불과했다.

 

2010년 말 기준 전국 3,690개 지역아동센터에서 10만 200여 명을 돌보고 있다.

 

2009년 기준으로 민간 어린이집 교사는 평균 월급 118만 8,000원, 가정형 어린이집 교사는 월 102만 원이다.

 

3. 소감

1984년 서울 사당동에서 연립주택 반지하 방 1칸을 얻어 친구와 자취를 하였는데, 연탄으로 난방을 하였기 때문에 하루에 2~3번 연탄을 갈아야 했고, 달동네 사람들과 함께 공동 화장실을 이용하였다. 수해를 입어 반지하에 든 물을 퍼낸다고 고생하였고 이북에서 수해복구 지원품으로 보낸 쌀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약 30년 지났지만 어렵게 사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안타깝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였다.

 

다섯 가지 불안과 같은 복잡한 문제는 한 가지 처방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복합적 처방을 해야 한다. 정부, 사회, 개인이 모두 해결주체로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복지재원을 세금으로 충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기부문화 확산에 걸림돌이 되는 법률이나 관행을 없애야 한다. 공익법인에 주식을 기증하면 편법증여를 우려하여 증여세를 물리는 법률이 있는데, 공익법인에 기증된 주식에 관하여는 의결권을 없애고 대신 증여세는 안 물리는 방법이 없는지를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 자원봉사도 유력인사들이 솔선수범해야 하고, 정부나 사회에서 자원봉사자에게 정신적 보상을 해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책을 여러 각도에서 검토하여 폐기할 것은 폐기하고 채택된 정책도 우선순위를 정하여 뚝심있게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교 등록금 인하 대책도 필요해보이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같은 정책과 비교하여 우선순위에서 앞서는지를 검토해야 하고, 정책이 결정되어도 우선 서울시립대학교와 같은 국 공립대학교부터 실행하여 등록금을 낮추고 사립대학교의 동참을 이끌어 냄과 동시에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취직에서 공평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입사지원서에 학력란 기재를 없애는 분야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생활협동조합과 같이 개인으로 존재할 때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사람들을 조직하여 기업과 같은 경제주체들과 대등한 지위에서 거래를 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드는 것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사람들을 국회의원과 구청장 같은 선출직 공직자로 충원하는 것도 일상화할 필요가 있다. 정치와 일상생활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니까.

 

이렇게 말하고 나면 정치에 관심이 너무 많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있다. 정치란 가치의 권위적 분배이므로 정치에 무관한 사람이 있을 수 있는가?

 

                       2012. 8. 19. 부산에서 자작나무 

 

   

 

'독서일기(정치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화의 해석을 읽고  (0) 2012.09.24
러쉬를 읽고  (0) 2012.08.30
긍정의 배신을 읽고  (0) 2012.08.17
법은 왜 부조리한가를 읽고  (0) 2012.07.24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를 읽고  (0) 2012.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