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성찰)

휴식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1. 9. 17. 22:47

울리히 슈나벨 <행복의 중심 휴식>을 읽었다. 저자는 독일 종합주간지 <디 차이트> 인문 과학 전문기자다. 이 책은 인생의 목적은 행복이고 여유는 행복의 핵심적 요소라고 말한 아리스토텔레스 주장을 뒷받침한다. 인상 깊게 읽은 문장은 다음과 같다.

 

기술의 개발이 우리에게 선물한 시간은 모두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우리가 기술로 시간을 절약하는 그만큼 우리의 욕구와 요구 또한 증가한다.

 

휴식에는 무엇보다도 한 가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바로 충분한 시간 말이다.

 

자신의 삶이 어떤 조건을 가져야 하는지 스스로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만 한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 결정하는 사람은 스트레스에 덜 시달렸으며 더욱 건강했다.

 

항상 더 많이 욕심을 내는 대신, 행복이란 무릇 절제 안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깨닫는 것이다.

 

해머메쉬는 독일, 미국, 한국, 호주 등지에서 얻어낸 자료를 토대로 부의 증가와 더불어 시간 부족으로 인한 고통도 늘어남을 확인했다.

 

다시 말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물끄러미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우리의 머릿속은 깨끗이 청소가 된다.

 

세렌디피티 원리 :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K. 머튼은 약 50년 전에 '일부러 찾은 것은 아니지만 이론적으로 준비작업을 한 두뇌에 떠오른 우연하지만 중요한 깨달음'을 두고 '뜻밖의 운 좋은 발견'이라는 뜻으로 이렇게 불렀다.

 

명상은 마치 흙탕물을 잔에 담아 세워두는 것과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오물은 바닥으로 가라앉고 물은 맑아진다(데시마루 타이센)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언제나 두 가지를 동시에 필요로 한다. 하나는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이며, 또 다른 하나는 나 자신과의 관계다. 이를테면 내면의 자율성과 같은 것을 반드시 가꿔야 한다(푀펠)

 

기술의 역사를 연구한 미국의 문명비평가 루이스 멤퍼드는 증기기관이 아니라 시계야말로 산업시대를 연 핵심기계라고 적확하게 설명했다.

 

시계를 정확히 측정하고 통제하는 방법의 출현은 저 한치 앞을 알 수 없던 시절에 일말의 안도감을 심어주었다.

 

평온함의 부족으로 우리 문명은 새로운 야만의 상태에 빠질 것이다. 일에 바쁜 사람들, 곧 평안을 모르는 사람들은 갈수록 시간 부족에 허덕이리라(니체) / 현대는 속도다(인류학자 토마스 에릭센) / 느린 것보다는 대략적이나마 정확한 게 훨씬 낫다. 실수를 바로잡는 것보다는 결정을 내리지못하고 머뭇거리는 게 더욱 막대한 비용을 잡아먹기 때문이다(페르시 바르네비크)

 

될 수 있는 한 풍족하게 채워진 풍요로운 인생을 찾아 헤매는 바로 이게 우리로 하여금 평안을 누리지 못하게 하는 주범이다. 더욱이 이런 갈망은 우리가 그토록 그리워하는 휴식을 비생산적인 것이라고 폄하하고 공격한다.

 

네가 피토클레스를 부자로 만들고 싶다면 그에게 돈을 줄 게 아니라 그의 욕심을 줄여줘라

없는 것을 탐하느라 있는 것을 무시하지 말고, 이 있는 게 소중한 것임을 깨달아라(에피쿠로스)

 

휴식이란 자신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는 장소에 이르는 것이다(나탈리 크나프)

 

휴식의 조건 (1) 자기 시간의 주인이 바로 자신임을 깨닫자는 것이다 (2) 주변의 일에 끊임없이 관심을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3) 오로지 그 순간이 좋아 그 순간에만 충실히 몰두하는 시간

 

아니라고 거절할 줄 아는 용기는 넉넉한 휴식을 가지려는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다.

 

'어느 항구로 가야할지 모르는 판국에 무슨 바람이 도움이 되랴'라는 세네카의 지적처럼, 완전한 휴식과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는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자기 자신의 내비게이션을 갖춰야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균형이다. 일과 휴식 사이에 균형을 갖춘다. 휴식은 일 못지 않게 중요한 가치임을 인정한다. 

 

아침에 남강변을 뛰거나 망진산 숲 속을 걷는다. 저녁에 가로등에 물든 남강을 바라본다. 언제 또다시 이런 호사를 누리겠는가? 달빛을 받으며 우포늪을 걸을 때도, 조명등을 켜고 테니스 시합을 할 때도, 반찬과 추석선물을 전달하는 자리에서 사람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보았을 때 나는 행복하다. 그 행복이 나눌 수 있는 것이어서 더 행복하다.   

 

                2011. 9. 17. 진주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