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징숑 박사 <동서의 피안>을 읽었다. 저자는 중국의 근대사법을 개척한 법학자로서, 상하이 임시 법원의 판사, 법원장과 변호사를 거쳤고, 주 바티칸 중국 전권 공사를 지낸 바 있으며, 미국 유학 중 홈스 미국 연방대법관과 교우를 맺어 홈즈 대법관이 사망할 때까지 이어갔다. 이 책은 저자의 고백록인데 동양과 서양의 종교를 비교 분석하고 종합하여 동서를 초월한 피안의 세계가 바로 그리스도교 신앙임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감리교 신자였다가 카톨릭 신자로 개종하였다.
인상 깊게 읽었던 문장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서양이 그리스도교적일런지 모르나 그리스도교가 서양적인 것은 아니다. 그리스도교는 동서와 신구를 초월한다. 그리스도교는 舊보더 더 오랜 것이며 新보다 더 새로운 것이다.
나는 비록 법률가이지만 언제나 엄한 법보다는 형평법을, 조문보다는 정신을, 처벌보다는 인자를 택한다. "고도의 법은 고도의 불법이다"라는 로마의 격언에 나는 누구보다도 탄복한다.
인생의 직물은 좋은 일과 나쁜 일의 혼방으로 짜여진다(셰익스피어)
귀하는 인생이 제공하는 사소한 일과 하기 싫은 고역을 기피하시지 말고 오히려 대사에 이르는 제일보로서 자신을 숙달시키시기 바랍니다. 누구든지 대장이 되려면 먼저 병사가 되어야 합니다(홈스 대법관이 저자에게 보낸 편지)
홈스 선생의 지론은 가치 있는 것은 통찰력이고 체계는 통찰력을 죽인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별할 때가 왔구나 나는 죽고 자네는 살고, 어느 편의 운명이 더 나을지는 신만이 잘 아실 걸세(소크라테스)
만일 돈 때문에 공명정대한 판결을 내리지 못했다면 문제가 되지만, 정당한 일을 하고 공정한 판결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관계자가 선물을 준다면 무엇이 잘못이냐?(누나) /나는 판사가 아니오? 판사란 극도의 경계심으로 정조를 지켜야 하는 처녀와 같단 말이오(저자)
공무에 종사하여 송사를 듣고 판결하고, 조문을 해석하여 사법권을 행사함은 교수들이 이론으로 가르친 바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니 만큼 철학의 일부분 즉 가장 고귀한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불가피한 일을 실행하는 방식은 철저히 노력하는 것뿐이다(홈스 대법관)
일반적으로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바로 이 점이 자신의 단점을 장점만큼 솔직하게 지적해주는 진실하고도 현명한 친구가 필요한 까닭이다.
도교적인 무위의 교훈은 아무 것도 안 한다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도인 내적 광명과 일치하도록 만사를 행하라는 것이며, 또 자기 자신의 행위와 성과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
자아몰각을 통한 자아실현, 이것이 노자의 가르침이다.....사람의 자아는 자아몰각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으므로 사람은 자아를 진심으로 망각해야 하며, 자아실현을 의식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어묵의 초월
-소옹
입을 다물어야 할 때 하는 말은 때이고
말해야 할 때 다무는 입은 먼지이다.
말을 하거나 입을 다물거나
경우에 따르되 집착만 없으면
어찌 그대 몸에 때나 먼지가 묻을 리 있으리
이제 나의 인생은 꿈이지만 그 꿈 속에서 현실적인 것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되었다. 나는 체험을 통해 이것을 배운 것이다.
우리 두 사람은 '시정해야 할 과오가 있는 한' 인생은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다는 알프렛 오스틴의 말에 충심으로 의견이 일치했다.
그가 파리 한 마리를 살려주면서 이놈도 요사(夭死)하면 통곡할 제 아비 어미가 있을 것(셰익스피어 희곡 중에서)
"칼을 놓자마자 그 자리에서 부처가 된다"라는 불교의 가르침이 나의 생활 개선의 시도에 크나큰 격려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불교의 치명적 과오는 하느님을 부정하는 데 있다.
자살이란 음악 연주를 위한 연습이 절망적이라 해서 피아노를 산산조각이 날 정도로 두드려 부수는 것과 같다. 자살은 자기 생에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는 데서 저지르는 것이다.
진정한 고난이 없이는 진실로 선한 일을 성취할 수 없다는 것이다.
행복의 가장 올바른 정의는 무엇인가? 나는 마음의 평화라고 대답했다.....내 생각에 마음의 평화는 완전한 자기실현의 결과이며 자기의 부족함을 먼저 각성하지 않고는 완전한 자기실현이 있을 수 없다.
그리스도교를 서양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 그리스도교는 보편적인 것이다.
성경의 시편을 번역하면서, 중국의 운율에 맞추기 위하여 의역을 시도하였던 저자의 통찰이 돋보였다. 법률가의 자서전으로 읽어도 좋은 책이다.
2011. 7. 30. 진주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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