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김상근 교수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을 읽었다. '350년 동안 세상을 지배한 메디치 이야기'다. 인상 깊게 읽은 문장은 다음과 같다.
메디치란 이름이 상징하는 탁월함(Virtus)의 추구, 통찰력, 단호함, 인적 네트워크, 예술에 대한 끝없는 관심과 후원, 인문학과 과학에 대한 경외는 르네상스라는 시대정신의 요람과 같은 역할을 했다.
조반니 디 비치와 아들 코시모는 왜 폐위당해 감옥에 갇힌 교황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주기로 했을까? 메디치 가문은 왜 폐위당한 교황을 끝까지 돌보고 임종 후에는 화려한 영묘까지 마련해주었을까? 당시 은행업에서 가장 중요했던 비즈니스 가치는 바로 '의뢰와 신용'이었다. 그들은 은행업의 핵심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의리와 신용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한번 거래한 고객은 절대로 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던 것이다.
조반니 디 비치 데 메디치의 삶과 철학은 두 개의 사자성어로 요약할 수 있는데, 그것은 유약겸하(柔弱謙下)와 여민동락(與民同樂)이다. 강자와의 경쟁을 피하고 몸을 낮추되, 언제나 대중의 편에 서라는 것이 조반니 디 비치가 세운 메디치 가문의 가훈이었다.
메디치 가문은 옳은 일을 하는 것을 기업 경영의 대원칙으로 삼았다. 그리고 그 옳은 일이란 언제나 대중이 진심으로 원하는 일이었다.
피렌체 시민들은 메디치 가문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알비치와 우차노 가문에 눌려 숨죽이며 세월을 보내던 메디치 가문의 사람들이 일반 시민들의 편에 서서 새로운 조세정책을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하층민들이 애환을 이해할 줄 알았던 메디치 가문 사람들이 모범적인 조세 납부를 통해 시민들 편에 한층 가까이 다가선 것이다.
코시모는 친구와 적이 뒤섞여 있는 세상에서 '힘의 균형'이라는 독특한 외교정책을 고안해냈다.
프란스 요핸슨은 다양한 생각, 서로 다른 분야가 만나서 전혀 새로운 것이 창조되는 현상을 메디치 효과라고 표현했다.
코시모는 신중하고 사려깊은 사람이었다. 개인의 알량한 도덕성으로는 지도자의 책무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려운 결단,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 리더의 책무다.
르네상스 시대의 탁월함을 추구하던 메디치 가문의 리더들은 동질적인 것에 희망이 없다는 것을 확신했다. 오히려 그들은 다른 것, 생소한 것, 이질적인 것에 희망을 두었다.
코시모는 피렌체 시내에서 이동할 때는 절대로 말을 타지 않았다고 한다. 말을 타고 다니면 피렌체 시민들과 길거리 대화가 불가능해질뿐더러 위화감을 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장거리 이동을 위해 말을 타야할 경우라면 당나귀를 애용했다고 한다.
중세 스콜라 철학의 기조는 현상에 대한 분석, 사물의 관찰, 이성적 판단을 중시하던 아리스토텔레스주의였다. 그런데 코시모는 초월적 사고, 감성적 직관, 창조적 영감을 중시하던 플라톤주의에 주목했던 것이다....코시모는 플라톤의 사상이 바로 자신이 찾던 새로운 시대를 견인할 새로운 생각의 틀이라고 확신했다.
코시모는 피치노에게 플라톤 아카데미와 카레지 별장을 운영하는 원칙을 제시했다. 그것은 단 하나, "당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시오"였다고 한다.
역사란 닥쳐올 미래를 기민하게 대처할 능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지혜롭게 사는 방식을 가르친다(부르크하르트)
나는 플라톤에게 큰 빚을 졌지만 코시모 데 메디치에게 진 빚도 그에 못지않다. 내가 탁월함(Virtus)의 의미를 플라톤을 통해 개념적으로 배웠다면, 코시모를 통해서는 그의 삶 자체에서 배웠다(마르실리오 피치노).
리더는 무엇보다 자기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
용서할 줄 아는 사람만이 정복할 줄 안다(로렌초 데 메디치)
메디치 가문은 '늘, 한결같은, 변하지 않는' 이란 뜻의 라틴어 셈페르(semper)를 가문이 추구할 정신으로 삼고 있었고 그 상징으로 변하지 않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택했다.
피에로 데 메디치는 프랑스 군대가 이탈리아를 진격해오자 리더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저지른다. 결정을 잘못 내리는 것이 아니라 결정 자체를 내리지 못하는, 돌이킬 수 없는 과오였다.
카테리나는 비방이나 무시, 심지어 욕설과 같은 언어의 폭력 앞에서도 적에 대해 증오심을 품지 않았다. 적을 미워하면 판단력을 흐릴 수 있고, 전투력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전략적 사고는 단순화하는 기술이다......명료하고 쉽고 기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 집중한다(프란체스코 알베로니 <지도자의 조건> 중에서).
마르첼로 아드리아니는 리더의 사명을 비르투스(Virtus)의 실천이라고 역설했다.....비르투스는 용기를 통해 성취해야만 하는 탁월함의 품격이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자신의 <군주론>을 새로운 피렌체의 군주로 임명된 우르비노의 공작 로렌초 데 메디치에게
헌정했다.
메디치 가문은 사람의 마음을 얻음으로써 역사에 지울 수 없는 거대한 족적을 남겼다.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한다. 사진도 제법 있고 이야기도 재미 있다.
2011. 7. 22. 진주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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