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정치사회)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1. 7. 2. 10:45

목수정 <사랑의 야성학>을 읽고 있었는데, 깜박 잊고 사무실에 두고 왔다. 할 일도 없고 해서 2000. 3. 1. 읽은

소셜 디자이너 겸 변호사 박원순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 중 몇 문장을 소개한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의 재판, 토머스 모어의 재판, 드레퓌스 재판과 같은 세기의 재판 이야기다. 책 맨 뒤 여백에는 "토마스 모어, 드레퓌스 재판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라고 적혀 있다.

 

이미 소크라테스는 죽기를 소망한 몸이었다. 그는 친한 친구인 크리톤이 온갖 이유를 들어 간절하게 탈출을 권유했지만 들지 않았다. 사실 그가 탈출 권유를 받아들였다면 그의 철학과 신념과 인격은 완전히 끝나는 일이었다. 고발사실을 모두 시인하는 셈이 되고 그것이야말로 고발자들이 원하는 일이었다.

 

"반역은 말이나 행동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지 침묵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여러분의 법이든 세상 어느 법이든간에 나의 침묵을 처벌할 수는 없다"고 반박하였다. 사실상 그(토머스 모어)는 헨리의 이혼이나 결혼에 대해 지지하지 않았지만 동시에 반대한다는 말을 내뱉은 적이 한번도 없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사형집행관이 관례대로 꿇어 않아 용서를 빌었다. 모어는 그를 끌어 안았다.....그리고 사형집행에 임하는 집행관에게 다음과 같이 격려하였다 "힘을 내게. 자네 일을 하는 데 두려워하지 말게.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 또 다른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는 사형집행 전에 머리를 쑥 내밀며 자신의 수염이 잘려지지 않게 하였다는 것이다. "수염은 반역죄를 저지른 적이 없으니까"라는 말과 함께

 

토머스 모어는 좋은 관복 안에 늘 거친 모직셔츠와 말총으로 만든 속옷을 입어 피를 흘릴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이로써 하느님의 뜻을 잊지 않고, 세속의 단맛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경계했던 것이다.

 

마녀로 고발되거나 체포된 자가 실제 마녀인지 아닌지를 증명하는 데 여러 방법이 동원되었다. 가장 흔한 방법이 물에 의한 실험이다. 마녀로 지목된 자를 무거운 바위에 매달아 강이나 늪, 운하에 던져 보는 방법이 그것이다. 물 위에 떠오르면 악마와 교접한 근거가 되었고 빠져 죽으면 결백한 사람으로 간주되었다. 결백이 증명되더라도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드레퓌스가 결백함을 나는 맹세코 주장한다.......내가 얻은 것, 내가 이룩한 명성, 또한 프랑스 문학의 성장에 기여한 나의 공적, 이 모든 것을 걸고서 나는 드레퓌스가 결백함을 맹세합니다. 만일 드레퓌스가 결백하지 않다면, 신이여! 이 모든 것이 파멸하고 나의 모든 작품이 잊혀지도록 하소서! 드레퓌스는 결백합니다(에밀 졸라)

 

행복과 불행, 자유와 억압, 승자와 패자의 모든 상태에서 근대 프랑스는 전 인류를 위한 정의에 도달하기 위해 가장 뚜렷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그 정의가 이제 의미 없는 빈말이 되어버렸고 폭력이 고삐를 벗어났다. 또다시 우리가 인종과 종교의 박해자가 될 때, 관용과 자유라는 표어가 증오의 외침에 그 자리를 양보하게 될 때, 그때에도 우리는 바로 이 평야, 이 강물, 이 산들을 소유할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프랑스 땅 위에 앉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때의 우리는 우리 조상이 창조하려 했던, 프랑스 조상들이 실천하라고 우리에게 물려준 그 프랑스가 아니게 될 것이다(조르주 클레망소가 드레퓌스 무죄를 주장하며 쓴 글)

 

로렌스는 이 삭제판 발행에 대해 곧 후회하게 되었다. 그는 이렇게 피를 토하듯 말했다.

"그러나 잘못된 생각이었다! 그런 짓을 하느니 차라리 가위로 자신의 코를 잘라 버리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책도 피를 흘리는 법이다."

 

역사의 많은 순간이 재판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재판은 역사의 진보를 가로막는 방향에 서 있었다. 그것이 재판의 운명인가? 아니면 당시 법관의 한계인가?

 

          2011. 7. 2. 진주에서 자작나무(종전의 독서일기가 간략해서 다시 한번 더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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