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정치사회)

총 균 쇠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1. 5. 18. 21:34

재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를 읽었다. 저자는 생리학 박사로서 현재 미국리포니아 주립대 교수로 재직중인데, 오늘날  일본인은 2400년 전 한반도에서 대량으로 이주한 한민족의 후예이며, 일본어는 한반도에서 통용되던 고구려어가 변화되었다는 요지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책은 인류문명의 불평등에 대한 원인을 제시한다. 어떤 민족들은 총기, 병원균, 쇠를 비롯한 여러 요소들을 발전시켜 남보다 먼저 정치적 경제적 힘을 얻은 반면에 어떤 민족들은 끝까지 그러한 힘의 요소들을 발전시키지 못했던 차이가 컸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저자가 한 줄로 요약한 바 있는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 문장도 같은 맥락이다. 눈에 띄는 몇 구절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스페인 피사로가 잉카제국 황제 아타우알파를 생포하는 사건의 직접적 원인에는 총기, 쇠, 무기, 말 등을 중심으로 한 군사기술, 유라시아 고유의 전염병, 유럽의 해양 기술, 유럽 국가들의 중앙 집권적 정치조직, 문자 등이 있다. 이 책의 제목인 <총, 균, 쇠>는 그러한 직접적 요인들을 함축하고 있다. 

 

식량생산은 간접적으로 총기, 병원균, 쇠가 발전하는 데 필요한 선행조건이었다.

 

새로운 농작물, 가축, 기술 등을 잘 받아들이는 사회는 그 덕분에 더 잘 먹을 수 있어서 혁신에 저항하는 다른 사회보다 인구가 더 많아진다. 결과적으로 다른 사회를 교체하거나 정복하거나 말살할 수 있게 된다.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에서 톨스토이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결혼 생활이 행복해지려면 수많은 요소들이 성공적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서로 성적 매력을 느껴야 하고, 돈, 자녀 교육, 종교, 인척 등등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합의할 수 있어야 한다. 행복에 필요한 이 중요한 요소들 중에 어느 한 가지라도 어긋나면 그 나머지 요소들이 모두 성립하더라도 그 결혼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야생 후보종이 가축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특성을 갖추어야 한다. (1) 식성, (2) 성장속도, (3) 감금 상태에서 번식시키는 문제, (4), 골치아픈 성격, (5) 겁먹는 버릇, (6) 사회적 구조

 

위대한 장군들을 칭송하는 전쟁의 역사는 인간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한 가지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 즉, 과거의 전쟁에서는 반드시 가장 훌륭한 장군이나 무기를 가졌던 군대가 승리하지는 않았으며 가장 지독한 병원균을 적에게 퍼뜨리는 군대가 승리할 때가 많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수많은 발명품, 또는 대부분의 발명품은 호기심에 사로잡히거나 이것저것 주물럭거리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개발했고, 그들이 염두해 둔 제품에 대한 수요 따위는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다. 일단 어떤 물건이 발명되면 그 때부터 발명자는 그것의 용도를 찾아내야 했다.

 

1873년 쿼티 자판 타자기는 인접한 글자들을 연달아 빠르게 치면 글쇠들이 엉켜 버렸으므로 제조업자들이 타자수들의 타이밍 속도를 늦추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타자기가 개선되어 이 엉키는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쿼티 자판을 사용하던 수억의 타자수, 타자 교사, 타자기와 컴퓨터의제조업자 및 판매원 등의 기득권 때문에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판의 능률을 추구하는 움직임들은 계속 좌절당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의견과 이단자를 용납하는 분위기는 혁신을 촉진시키는 반면, 강력한 전통주의적 사고 방식은 혁신을 누른다.

 

유라시아 대륙은 주요 축이 동서 방향이므로 한 지역에서 받아들인 발명품은 비슷한 위도와 기후를 가진 다른 지역 사회로 비교적 빠르게 전파되는 경우가 많았다.

 

수백 명 이상의 숫자가 모인 사회에서 정치 체제가 차츰 부족 조직에서 추장 사회 조직으로 바뀌는 한 가지 이유는 집단이 커질수록 서로 모르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7500년 전 추장 사회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낯선 사람들과 자주 만나면서도 서로 죽이지 않는 법을 배워야 했다. 이 문제에 대한 한 가지 해결책은 어느 한 사람, 즉 추장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독점하는 것이었다.

 

가축화된 대형 포유류는 유라시아 13종이었고 남북아메리카에는 매우 국지적인 1종밖에 없었다.

 

모든 핵심적 발전의 궤적에서 왜 남북아메리카는 예외 없이 유라시아보다 뒤쳐졌을까? 우선 남북아메리카는 유라시아에 비하여 출발부터 늦었다는 점, 가축화 작물화에 적합한 야생 동식물이 적었다는 점,확산의 장애물이 많았다는 점, 아마도 인구가 조밀한 지역이 비교적 좁았거나 고립되어 있었으리라는 점이다.

 

보편적인 역사, 즉 인간이 이 세상에서 이룩한 업적의 역사는 본질적으로 여기에서 활동했던 '거인들의 역사'다(토머스 칼라일) / 정치가의 일이란, 역사 속에서 걸어가는 신의 발소리를 듣고 그가 지나갈 때 옷자락을 붙잡으려고 노력하는 일이다(프로이센 정치가 오토 폰 비스마르크)

 

나는 유럽이 중국을 능가할 수 있었던 배후에 대부분의 역사가들이 제시한 직접적 요소들보다는 좀 더 궁극적인 무언가가 있다고 했다. 이것들과 그 외의 직접적 요소들의 배후에서 나는 '최적 분열 법칙'을 보았다. 분열된 유럽은 박해받는 개혁자에게 피난처와 그 외의 지원책을 제공하고 각 나라 사이의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기술, 과학, 자본주의의 진보를 육성했지만, 통합된 중국은 그러지 못했다.

 

최적 분열 법칙=혁신은 분열이 최적에서 중간 정도에 머문 사회에서 가장 빠르게 일어나고, 지나치게 통합되었거나 너무 분열된 사회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물론 책을 읽은 사람들은 여러 가지 반론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가 인류 문명이라는 거대 담론을 제시하고 흥미로운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만은 부인할 수 없으리라.

 

      2011. 5. 18. 진주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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