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정치사회)

지금 경계선에서

자작나무의숲 2011. 5. 26. 18:28

레베카 코스타 <지금 경계선에서>를 읽었다. 저자는 인간 진화, 글로벌시장의 문제, 신기술과 관련된 최근 조류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사회생물학자다. 이 책은 인류 문명이 붕괴 직전이라고 진단한 다음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통찰을 제시한다. 인상 깊게 읽은 문장은 다음과 같다.

 

이 모든 위협적인 추세의 근본 원인은 문명 자체의 복잡성, 즉 인간이 이제껏 이용해 온 인식수단으로는 이해하고 해결할 수 없는 그 복잡성에 있다.

 

어떤 사회가 더 이상 문제의 해결책을 사고할 수 없게 된 시점에 이르렀을 때 인식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한다. 사회가 일단 이 인식 한계점에 도달하고 나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해지고 종국에는 이러한 문제들이 해당 문명을 낭떠러지 끝으로 밀어낸다. 이것이 바로 붕괴의 진정한 원인이다.

 

문명 붕괴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특정 사건들이 일어나기 이전에 두 가지의 경고 징후가 나타난다고 한다. 첫 번째 징후는 정체 상태다.  상황이 더욱 절망적으로 악화되면 두 번째 징후가 나타난다. 즉, 믿음이 지식과 사실을 대신하는 현상이다.

 

뇌가 문제를 풀기 위해 3가지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뇌의 좌측을 사용해서 계획적이고 해체적인 분석을 수행하며, 우측을 사용해서 창의적으로 문제에 대처하는 종합을 수행한다. 인간에게 지금까지는 알려지지 않았던 통찰 insight 이라는 또 하나의 인식 수단이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통찰의 두드러진 특징은 게임의 규칙을 완전히 바꾸어놓을 아이디어가 즉흥적으로 떠오른다는 점이다.

 

인류의 성패는 기술에 달린 게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기술이 있어요. 그건 쉬운 일이지요. 사람들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 이게 훨씬 더 어렵습니다.

 

밈 meme은 사람들에게 널리 받아들여진 정보, 생각, 느낌, 행동 일체를 뜻한다. 슈퍼밈은 사회에 확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널리 만연하여 다른 모든 믿음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거나 억압을 가하는 모든 종류의 믿음, 생각, 행동을 가리킨다.

 

마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 쪽으로든 정해지기 마련이다. 또한 마음은 아무것도 믿지 않느니 차라리 거짓이라도 믿는 쪽을 택한다(루소)

 

모든 선진문명에서는 지식 습득이 지나치게 어려워지면 믿음이 지식을 밀어내는 현상이 일어난다.

 

자연계에 다양성이 존재하는 것은 한 가지 현실적 이유 때문이다. 즉, 광범위한 특질과 행동을 발달시킨, 폭넓은 다양성이 있는 종은 환경이 부과하는 도전에 직면했을 때 생존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오늘날 진보에 장애가 되는 5대 슈퍼밈은 (1) 불합리한 반대 (2) 책임의 개인화 (3) 거짓 상관관계 (4)사일로식 사고 (5) 극단의 경제학이다.

 

모두가 반대를 밝히는 데는 단호했다. 하지만 그들이 특정한 해법을 주장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양당제인 미국의 선거운동 과정에서 대체로 네거티브 광고는 투자 대비 효과라는 측면에서 가장 탁월한 방식이다. 그 광고로 인해 논쟁이 일어나 뉴스나 토크쇼 프로그램의 소재가 될 경우에는 특히 더 그렇다.

 

두 가지 극단적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으로는 지구온난화, 전쟁, 건강보험과 같은 고도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통찰은 어느 것이 최선인가라는 사고를 거부하고 무엇이 최선인가라는 사고를 선호한다. 그에 맞게 문제를 재구성한다면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달라진다.

 

연구에 따르면,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자유롭게 산만한 생각을 하도록 허용하며 마음의 불안을 없애고 긍정적 강화를 제공할 때 통찰이 더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책임의 개인화가 작동하는 방식은 단순하다. 지도자들은 복잡하고 위험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면 위협을 바로잡아야 할 책임을 다른 개인에게 전가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면 뿌리 깊은 사회적 결함을 해결하기 위한 관심과 자원, 노력은 뒷전으로 밀리고 고발에만 치중하게 된다.

 

거짓 상관관계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 사건이 다른 사건의 실제 원인인지 입증하는 것보다, 두 사건 사이의 상관관계를 대강 관찰하는 것이 훨씬 손쉽기 때문이다.

 

세계가 직면한 위험하고 복잡한 위협에 대한 해법을 수익성 있는 투자에만 국한한다면, 결코 인간 유기체의 재능을 온전히 꽃피울 수 없다.

 

그라민 은행의 소액대출이 성공을 거둔 것은 유누스가 인간에게 이미 내재되어 있던 진화의 본능을 잘 활용했을 뿐만 아니라 5개의 슈퍼밈, 즉 현대 사회의 진보를 방해하는 강력하고 견고한 믿음을 극복한 덕분이다.

 

병행적 점진주의란, 작지만 유용한 다수의 완화책을 동시에 실행할 때 발생하는 누적효과가 완화책을 한 번에 하나씩 실행할 때의 효과보다 훨씬 더 크다는 점에 바탕을 둔 전략이다.

 

문제가 복잡해질수록 효율성에 대한 기대치도 낮춰야 한다는 의미다.....우리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려면 벤처 자본가와 마찬가지로 실패를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PSAC의 애초 목적은 정치적 결과나 정부의 정책 방향과는 상관없이 과학자들이 거리낌 없이 의견을 밝히도록 함으로써 워싱턴 내부의 견해를 견제하고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우리에게는 다름 아닌 대자연 자체에서 비롯된 영구적 해법도 있다. 바로 통찰이다.

 

여기서 통찰이 필요해진다......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통해 우리는 경험을 이해하고, 기억과 관념을 서로 연결하고, 주의력의 초점을 확대해서 더 많은 양의 정보를 고려하고, 동기를 유발하는 가치를 자신의 경험에 부여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복잡한 상황에서 좋은 결정을 내리는 데 필수적 요소다......통찰은 의식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과정을 거쳐 예기치 못한 순간에 갑작스럽게 해법을 찾는 방식입니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적합한 그룹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여러 학자들의 견해를 정리하면, 4명 이상 9명 이하가 가장 적절하다.

 

뇌 운동에 변화를 가져올 손쉬운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오른손잡이라면 일상적 행동을 하는 데 왼손을 써보라......다양성은 기업, 사회조직, 정부 등의 통찰적 사고를 촉진한다.

 

깨달음을 얻은 성인들과 뛰어난 과학적 업적을 남긴 대부분의 학자들의 공통점은 생활이 극히 단순했다는 것이다.

 

지난 20년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갑자기 생각이 떠올라 실행을 하였고 그것이 좋은 결과로이어졌던 적이 몇 번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통찰의 힘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최근 들어 읽어 본 책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2011. 5. 26. 진주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