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순천만 습지를 다녀오다

자작나무의숲 2011. 4. 30. 19:19

 

이모 순천지원 판사 부부와 함께 순천만 습지를 다녀왔다. 진주에서 순천만까지는 약 1시간 반 정도 걸렸다. 2년 전 여름에 가봤지만 순천만의 봄은 어떨까가 궁금하고 이모 판사도 궁금해서 다시 갔다. 그간의 일을 생각하니 자연에게 미안했다. 순천만 때문에 옛 친구를 다시 만나니 더욱 미안했다.

11시에 이모 판사 부부를 만나 갈대열차를 탔다. 중간에 동화작가 고 정채봉, 무진기행을 쓴 소설가 김승옥의 문학관에 내렸다. 거기에서 내가 좋아하는 장영희 선생이 정채봉님께 보낸 편지를 봤다. 편지의 옛스러움이란, 그 따스함이란......

무진교를 넘어 용산 전망대까지 갔다 왔다. 1시간 반 정도 걸렸다.

용산전망대에서 내려보는 순천만의 경관이란. 칠면초라는 빨간 염생식물이 배경사진을 깔고, 갈대가 원을 그리며 이곳 저곳에 군집하여 멋을 부렸다. 바로 위 사진이 그 풍경이다. 낙조를 더하면 장관일 것 같았다.

대원식당으로 이동하여 이모 판사가 예약한 한정식을 먹었다. 주인으로 보이는 분이 먹는 방법을 가르켜 주었다. 삼합이라고 홍어와 돼지고기와 김치를 한꺼번에 먹는 줄 알았더니, 홍어를 먹은 다음 돼지고기와 김치를 먹으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방풍이라는 바닷가 나물, 취나물이라는 산나물, 그리고 들판에 나는 유채나물을 상추에 싸서 먹으라고 하는데 그것도 맛있었다. 계산하려고 서둘러 나갔더니, 전날 미리 계산해 놓는 이모 판사의 치밀함이라니......

무엇보다 여기에 기록하고 싶은 것은 <술의 여행>을 읽고 진도홍주를 먹고 싶어, 식당 여기 저기에서 주문해봤지만 잘 안되었는데, 여기에서 소원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45도 정도 되는 증류주인데 양주와 달리 목 넘김에 걸림이 없었다. 약간 단 맛도 났다. 거기에 빨간색이 주는 묘한 흥분까지. 차 운전 때문에 조금 먹은 게 아쉬웠지만 식사를 마치고도 한 잔 정도 남은 것 같아 이모 판사가 들고 갈까 싶어 재빨리 챙겼다.

고모님의 팔순 잔치가 있어 경남 하동에 들렀다가 옆 동네에 있는 본가에 갔지만 아버지는 계시지 않았다. 진주에 돌아 오니 5시 반이었다.

4월은 이렇게 마무리되는가 보다.

 

             2011. 4. 30. 진주에서 자작나무

'기행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에서 일출을 보았다  (0) 2011.10.09
우포늪에서 반딧불을 보다  (0) 2011.09.06
홋카이도 여행 사진  (0) 2010.11.10
일본 홋카이도 여행을 다녀와서  (0) 2010.11.10
울진을 다녀와서  (0) 2010.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