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우포늪에서 반딧불을 보다

자작나무의숲 2011. 9. 6. 23:44

 

오늘 진주지원 사람들 8명과 함께 경남 창녕 우포늪을 다녀왔다.

먼저 쪽지벌에 가서 중대백로를 보았고, 왕버들을 보았다. 왕버들이 드리운 그늘엔 캠핑을 오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차로 이동하여 우포에 도착하였을 때는 해가 이미 저버렸다. 우포에서 석양을 보려던 계획은 포기하고, 제방을 걸었다. 얼마쯤 걷다가 돛자리를 깔고 앉아 도시락을 먹었다. 달이 떠 있었고 수많은 별이 빛났다. 달이 상현달인지 하현달인지 구별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논하다가 D O C 순서라는 대답이 채택되어 달이 D 모양을 띠고 있으므로 상현달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도시락을 먹는 자리에서 우포늪을 넣어 3행시를 짓게 되었다. 그중에 하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 우리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판사이고 싶다.

포 포청천도 좋지만 oo천(판사)도 좋아라

늪 늪에서 배우는 것이 이것만 있겠는가

 

반딧불을 보자는 요구가 많아 탐방로를 따라 걸었다. 가는 도중에 안도현의 시 '너에게 가려고 나는 강을 만들었다'를 읊는 사람, 정지용의 향수를 읊다가 노래를 부르는 사람 제각각이었다. 감흥이 노래로 옮겨 붙자 누군가 '오빠생각'을 부르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시작한 노래는 이내 합창으로 발전하였다. 반딧불이 한 마리를 발견하고 일행이 탄성을 질렀다. 한번 발견한 반딧불은 풀 속 여기 저기에서도 빛났다. 손으로 반딧불이 한 마리를 잡기도 하였다. 반딧불로 3행시를 지었다

반 반듯한 삶만이 행복한 삶일까

딧 뒷받침이 없이 멀리만 가면 뭐하나

불 불안감 떨쳐버리고 여유 있게 살아가자

 

여럿이 모이면 시끄러운 법이다. 중대백로를 보고서 '고대백로'는 어디 갔냐는 우스개를 하는 사람 '소대백로'는 어디갔냐고 응수하는 사람. 우포늪에서 3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와 보니 11시였다. 자연이 먼저였고 사람이 나중이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일 뿐 자연의 주인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포늪에서 우리는 그 사실을 가슴속에 각인하였다. 쪽지벌에서 찍은 사진 하나를 덧붙인다.

 

            2011. 9. 6. 진주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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