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영축산에 올라 평안을 얻다

자작나무의숲 2011. 11. 6. 11:03

 

1. 언저리산악회

중학교 동창생끼리 언저리산악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산행을 한 지도 몇 년이 흘렀다. 이름은 정상을 고집하지 아니 하고 산 언저리에서도 언제든 산행을 멈출 수 있다는 뜻에서 정 모 회장이 붙였다. 그 동안 무척산, 금정산, 구만산, 가지산, 적석산 등등을 올랐지만 단체 이름대로 정상을 고집하지 않고 3-4시간 산행하고 도시락 먹고 내려 오는 수준이었다.

 

2. 기상청 예보와 운에 대한 확신

11월 5일 날자만 정하고 나머지 모든 일정은 정 모 회장이 정했다. 장대비가 온다는 기상예보가 있었음에도 회장은 무조건 모이라고 하였다. 평소 날씨 때문에 산행을 못한 적이 없을 정도로 운이 좋았던 우리는 기상청보다는 회장을 믿기로 하였다. 9시 부산 강서체육공원에서 일행들이 1차로 모였다. 날씨는 흐렸다. 차를 타고 양산 배냇골로 이동하였다. 기거서 일행이 2차로 합류하였다. 근데 날씨는 차츰 맑아지고 있었다. 회장은 오늘의 목적지를 발표하였다. 영축산(일명 영취산) 통도사 바로 뒷산이다. 영남알프스 중의 하나로 해발 1000미터가 넘었다. 영축산은 물이 많은 산으로 산행 처음에서 끝까지 물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3. 3가지 소리

청수골 좌골로 해서 억새평원을 지나 정상에 오르고 신불재로 내려와서 파래소 폭포 쪽으로 내려오는 길을 택했다. 산에 오르며 정모 회장이 특유의 박학다식을 뽑냈다. 우선 생강나무를 가르켜 주었다. 잎에서 생강 냄새가 난다고 붙였단다. 그리고 굴참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를 구분할 수 있냐고 물었다. 굴참나무는 그냥 우리가 굴밤나무라고 부르던 나무였고 그것보다 잎이 적은 것이 졸참나무이며, 신갈나무는 신 깔창으로 사용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고, 떡갈나무는 떡을 쌌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신갈나무가 떡갈나무보다 잎이 크다고 설명하니 일행 중에 한 명이 떡을 싸는 잎이 신발에 까는 잎보다 크다고 이의를 제기하였다. 계곡의 물소리, 낙엽 밟는 소리, 그 사이에 섞인 산행객들의 말소리를 들으며 나는 평안을 얻었다.

 

4. 평안

2시간 쯤 오르고 나서 억새평원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 옆에는 샘이 있었다. 정 모 회원이 싸온 오징어 삶은 것이 별미였다.  억새평원은 한없이 펼쳐졌고 그 위로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떠 있었다. 억새 사이로 걸어가는 내 마음은 필요최소한만 남고 다 비어진 상태였다. 신불재에는 캠핑을 위해 텐트를 치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하산하니 오후 4시 반이었다. 6시간 산행을 한 셈이었다. 배냇골에 있는 식당에서 메기탕을 먹으면서 소폭(소주 + 맥주)을 몇 잔 하였다. 산이 있어 좋았다. 친구가 있어 좋았다. 산과 친구를 찾는 내 마음이 고마웠다.

 

                       2011. 11. 6. 진주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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