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정치사회)

재판의 법리와 현실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1. 2. 8. 18:42

고종주 부장판사가 쓴 <재판의 법리와 현실>을 읽었다. 저자는 1983년 부산지방법원 판사에 임용되어 현재 정년 퇴임을 앞 두고 있다. 

 

이 책은 고종주 부장판사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정의와 사랑의 이름으로 오늘을 함께 사는 이 땅의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남기는 글이다.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 재판에 관한 명상, 2부에 판결문장론, 3부에 판결 문장의 실제, 4부에 인사문 기타, 5부에 우리들의 행복론이 실려 있다.

 

감동적으로 읽은 부분을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내 인생의 중심단어는 이해와 표현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주된 생각은 결국에는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긴다는 사실이다.

 

손으로 하는 것은 노동이고, 손과 머리로 하는 것은 기술이며, 손과 머리와 가슴으로 하는 것은 예술이다(루이즈 니제르)

 

정약용 선생은 聽訟之本이 在於誠意하고, 誠意之本이 在於愼獨이라 했다. 송사를 바르게 처리하려면 무릇 뜻을 다하여야 하되, 이는 곧 심지를 바로 하고 몸가짐을 단정히 하여 양심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잘 듣는 자세는 오래기간의 수양에서 다듬어진 인격에서 나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자는 논어에서 不患寡而患不均이라고 하였다. 적은 것을 걱정하지 아니 하고 고르지 않은 것을 걱정한다는 뜻이다.

 

소수자의 편에 선 사람은 헨리 나우웬 신부가 말하는 이른바 '상처입은 치유자'이다. 그가 상처를 입음으로 타인이 나음을 입는 것이다. 

 

시인의 가슴에 있는 시가 시가 아니 듯이 시집 속에 잠든 시 또한 시가 아니다. 시는 누군가 읽는 순간 한편의 시로써 완성된다.

 

불멸의 진리와 인간사의 제 법칙은 우리들 선대에 모두 진술되었다. 더 보탤 것은 없다. 그러므로 문제는 내용이 아니라 표현방식이다.

 

자연은 깊고도 신비로운 침묵에 싸여 있고, 침묵과 침묵 사이에 언어를 둔다.

 

이 순간부터 너는 시인이다. 비유를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네루다)

 

여름이 뜨겁기 때문에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기 때문에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안도현)

 

시는 언어와 침묵의 긴장선상에서 태어난다.

 

인간은 그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가 어떠한 사람이냐에 따라 판가름됩니다. 인간은 human doing이 아니라 human being입니다.

 

사람은 절반만이 자기자신이고 나머지 절반은 자기표현(에머슨)

 

언어의 한계는 곧 세계의 한계(비트겐슈타인)

 

메멘토 모리, 즉 죽음에 대한 사유는 사람을 겸손하게 하고 행위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게 하며 잘 사는 것은 잘 죽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슴에 품게 합니다.

 

영원히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입니다. 그 때 그 영혼은 죽음을 뛰어넘어 자기 내면의 불멸성에 한 걸음 다가가기 때문입니다.

 

나의 재산은 무한하다. 왜냐하면 나의 재산은 소유가 아니라 향유이기 때문이다(헨리 데이빗 소로우)

 

우선 법률가 또는 법률가를 꿈꾸는 이에게 일독을 권한다. 길이 보이지 않거나 가는 길이 힘들 때 먼저 낙타처럼 묵묵히 사막을 건넌 이의 발자국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시인 또는 시인을 꿈꾸는 이에게 일독을 권한다. 판결도 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을 꿈꾸는 이에게 일독을 권한다.  사랑하였으므로 지금 행복한 이의 고백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1. 2. 8.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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