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정치사회)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1. 1. 12. 20:33

노르망 바야르종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을 읽었다. 저자는 몬트리올 퀘벡 대학교 교육학과 교수이고 행동주의자로 대안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잡지의 공동 제작자로 참여했다. 이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촘스키는 당신이 알고 있는 언어학자 촘스키를 말한다.  촘스키는 좌파 지식인이라 평가받지만 그에게는 좌파와 우파의 구분이 별 의미가 없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공익이다. 공익을 위해서는 좌파도 공격하고 우파도 공격한다. 이른바 비판적 사고의 전형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소제목만 옮겨도 저자가 말하고 싶은 바를 눈치 챌 수 있다.

1. 언어 : 말에 숨겨진 진짜 뜻을 생각한다.

2. 숫자 : 숫자로 생각하되 함정을 조심한다.

3. 경험 : 기억은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을 기억한다.

4. 과학 : 과학을 과학적으로 의심하고 성찰한다.

5. 미디어 : 누구를 위한 보도인지 꼼꼼하게 따진다.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삼단논법에서 타당성과 진실은 다른 것이라고 당시부터 언급됐고, 지금은 완전히 구분된다. 앞에서도 보았지만 어떤 형식의 추론에서는 타당한 결론이 전제부터 유도되지만, 결론까지 참이라고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복잡하고 미묘한 분석보다 단순한 분석을 좋아하는 건 인간의 속성이다. 거짓 딜레마가 광범위하게 활용되며 효과를 거두는 이유도 부분적으로는 인간의 이런 속성에 있다.

 

대인논증은 어떤 주장이나 논증 자체가 아니라 논증을 제시한 사람에게 가해지는 공격이다.

 

어떤 사건이 다른 사건보다 시간적으로 앞섰거나 상관관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앞선 사건이 뒤에 일어난 사건의 원인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무지에 호소하기 오류는 대체로 두 가지 형태를 띤다. 하나는 어떤 주장이 틀렸다고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주장이 맞는다고 결론짓는 형태이고, 다른 하나는 거꾸로 어떤 주장이 맞는다고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주장이 틀렸다고 결론짓는 형태이다.

 

상대의 논증을 깨뜨릴 수 없다면 상대의 논증을 볼품없는 것이라고 해석해서 토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 요컨대 토론에서는 상대가 허수아비로 공격할 만한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조심해야 하지만, 우리 자신이 허수아비 논증의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기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비의 원리를 항상 기억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상대의 의견을 가능하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하라는 뜻이다.

 

극단적이 값이 있으면, 평균값보다 중앙값이 자료의 대표성을 띤다고 말할 수 있다......중앙값을 구하려면 모든 월급 목록을 금액이 적은 순서대로 작성하고, 한가운데 값을 취해야 합니다.

 

모집단의 대표성을 띠는 훌륭한 표본은 양적인 면에서 충분히 커야 하고 질적인 면에서 편향성을 띠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질문에 은밀히 감추어진 편향성을 찾아내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조사에서 밝혀낸 여론은 순전히 작위적인 결과이다. 어떤 시기의 여론 상황은 힘과 긴장의 역학관계이고, 백분율만큼 여론의 상황을 표현하는 데 부적절한 것은 없다는 걸 감추는 것이 조사의 목적이다(부르디외)

 

기억나는 것을 중심으로 나머지 부분은 당신의 뇌가 구성하기 마련이다.

 

"내가 그 일을 저질렀어" 기억이 말한다.

"아니야, 내가 그랬을 리 없어" 자존심이 반박한다.

그리고 그렇게 굳어져, 결국 기억이 굴복한다(니체의 인지부조화 이론)

 

포러 효과(Forer effect)는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막연하고 일반적인 얘기와 분석을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뜻한다.

 

권위자의 말을 받아들이기 전에 합리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높디높은 권위자가 요구하는 것이더라도 그 요구가 합리적인 것이지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애슈의 실험 : 순응에서 비롯되는 잘못

 

범상하지 않은 주장에는 범상하지 않은 증거가 요구된다(칼 세이건)

 

보다 적은 수의 가정으로 설명이 가능하면 그보다 많은 수의 가정을 세우지 말라(오컴의 면도날)

 

이중맹검실험은 피실험자가 자신이 실험군에 속했는지 대조군에 속했는지 모를 뿐 아니라, 실험을 관리하는 사람이나 결과를 평가하는 사람도 실험 결과에 영향을 끼칠 만한 실마리를 피실험자에게 본의 아니게라도 제공하지 못하도록 어떤 군에 속했는지 모르게 설정한 경우를 말한다.

 

진실을 말한다는 것은, 존재하는 것은 존재한다고 말하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아리스토텔레스)

 

정보가 완전자유시장에 별다른 제동장치도 없이 전달되는 모든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미디어의 집중 현상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인지부조화 이론이 말하듯, 실제로 우리가 믿음과 다른 말을 하기는 무척 힘들다.

 

'말과 글을 단련하고 숫자, 언어, 미디의 거짓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기술'이 이 책의 부제다. 그럴 수만 있다면?

 

2011. 1. 12.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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