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정치사회)

신문화지리지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0. 11. 28. 21:10

김은영 부장을 비롯한 부산일보 기자 8명이 발로 쓴 <신문화지리지>를 읽었다. 산지니 출판사 강수걸 대표로부터 선물받은 책이다. 이 책은 '부산의 문화 역사 예술을 재발견하다'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부산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문화현상과 문화자원을 정리한 종합문화예술 가이드북이라고 볼 수 있다.

 

1부 문화, 역사 여행을 떠나다

2부 부산의 문화현상에 집중하다

3부 다양한 문화자원을 재구성하다

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부산은 엘레지다. 대중가요, 예술인 생가와 삶터, 영화관 변천사, 부산의 최초 등이

2부에서는 시네마 천국, 영화영상산업 일번지, 소극장 지도, 인디의 영원한 고향, 축제, 도서지도 등이

3부에서는 조각공원, 화랑과 전시공간, 종교지도, 문화를 일구는 사람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얻은 몇 가지 지식은 다음과 같다.

 

부산 금정구 남산동 주택가에 요산 김정한 선생 문학관이 있다. "어두운 날들을 살아왔지만 희망을 포기해본 적 없다"는 요산 선생의 음성이 들리는 듯 하다. 

 

한국 최초의 수직 도개식(들어올리는) 다리=영도다리(1934년 11월 23일)

 

한국 최초의 민영 상업 방송 = 부산문화방송(1959년)

 

2009년 상반기 부산에서 제작된 한국 영화 16편 가운데 7편이 부산지역 제작사가 만든 작품

 

부산지역에 2009년 말 현재 연극 전문 소극장은 15개이다. 서울 대학로를 제외하고 연극 전문 소극장수가 10개를 넘어서는 도시는 전국에서 부산이 유일하다.

 

부산은 유구한 전통을 지닌 음악도시다. 1990년대 중반 서울 홍대 앞 클럽 인디문화가 폭발했을 때, 부산은 그 못지않은 열기와 음악적 다양성으로 포효했다.

 

부산의 조각공원은 2009년 5월 현재 8개이고, 총 228점이 설치되어 있으나 제대로 유지, 보수가 되지 않고 있다.

 

부산에서 종교인들 간의 만남은 오래됐고, 또 활발하다. 교리와 역사, 문화가 다른 탓에 좀체 서로 어울리지 않는 종교인들이 부산에서는 왜 이렇게 마음을 허락하고 있을까? 이는 부산에 종교의 다양성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흔히 부산은 불교의 기운이 강한 곳이라고 하지만, 이는 한쪽만 본 탓이다. 개신교의 경우 부산기독교총연합회의 부산기독교총람에 이름을 올린 교회는 모두 1400여 곳

 

강한 어투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방송에서 부산 출신들의 비중이 늘어나는 건 꽉 짜인 연출보다 자연스러운 재미를 추구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난 소감은 다음과 같다.

 

부산 문화는 부산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산문화에 대한 애정이 필요하고 그 출발은 부산문화를 아는 데 있다. 문화 발전에는 공공 부문의 지원이 필요하고, 이는 문화가 모두 시민이 누릴 수 있는 공공재라는 점에서 정당화된다. 자기 것을 가볍게 여기는 문화 속에서 문화가 발전하기는 어렵다. 연극 연출가 이윤택 선생이 서울 대학로 극장에서 성공한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그가 오랜 기간 활동했던 부산 가마골 소극장을 떠나게 한 것은 슬픈 일이다.

 

              2010. 11. 28.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