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정치사회)

중국의 내일을 묻다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0. 10. 15. 21:08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쓴 <중국의 내일을 묻다>를 읽었다. 이 책은 저자가 중국을 주제로 중국의 권위 있는 교수들과 나눈  대담을 정리하였다. 중국 내부자의 눈을 통해서 중국을 심층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화평굴기 전략은 내부적 조화와 외부적 평화를 성취하면서 중국의 발전을 도모하는 데 그 전략적 기초가 있다......화평굴기는 중국과 동아시아에 큰 혜택을 가져다주고 있다고 본다. 동북아에는 다자안보협력을, 동남아에는 시장통합과 무역자유화를, 그리고 서아시아에는 반테러 및 경제협력을 가져다 줄 것으로 믿는다(화평굴기론을 주장하는 정비젠 교수)

 

굴기라는 측면에는 동의하지만 화평이라는 동의는 동의하기 어렵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민족 또는 국족의 부흥이다. 평화라고 하는 대목에 지나치게 방점을 둘 필요는 없다.(중국굴기론을 주장하는 옌쉐퉁 교수)

 

상호 이해와 합의 구축 사이에 빠진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타인에 대한 이해를 넘어 수용하는 자세이다. 하버마스의 합리성은 이성을 전제한 心에 기초한 것일 뿐, 精은 배제되어 있다. / 내가 주장하는 세계제도는 어쩌면 임마누엘 칸트가 <영구평화론>에서 제안한 세계정부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천하세계론을 주장하는자오팅양 교수)

 

중국의 가장 큰 국가이익은 발전이다 / 덩사오핑의 대전략은 협력하면서 비판하는 것이다. / 중국의 부상은 기존 국제질서에 조화하고 참여하여 국제적 책임을 다하는 가운데 가능하다(책임대국론을 주장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자유주의자 왕이저우 교수)

 

만약 미국이 몰락한다면 그것은 외부의 적 때문이 아니라 내부의 적 때문이다(링컨)

 

나는 중국이 북핵 문제에서 우리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북한에 대해 정책적 레버리지(leverage)를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책적 지렛대는 무엇인가? 바로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 한국이 북한과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이유는 바로 한국이 북한과 이웃해 있기 때문이다 / 한국은 북한이 자신의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더욱 많은 대북 원조를 제공해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동포애 때문이 아니라 한국 자신의 이익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본다(왕지쓰 교수)

 

중국이 처음으로 지역협력을 통해 공동으로 rule을 제정하고 모두가 준수하도록 약속함으로써 중국의 평화로운 부상을 위해 필요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 6자회담의 진정한 의미는 양자와 다자가 결합하는 데 있다(장윈링 교수)

 

정부는 자유무역과 국제 보호주의 압력 간에 균형을 찾는 데 부심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중국 정부가 보호주의를 옹호하는 미디어와 국내 산업 세력에 대한 권위주의적 통제를 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왕융 교수)

 

중국은 한반도에서 두 가지 목표가 있다. 하나는 평화적 안정이고, 다른 하나는 비핵화이다(치바오량 교수)

 

중국은 무엇인가를 시작할 힘은 없지만, 무언가를 멈출 능력은 있다(싸즈탕)

 

어떠한 틀에서 중 미 양국이 서로 협력할 것인가? 나는 G20이라고 생각한다. G20은 20개 나라가 크든 작든 일률로 평등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장위옌 교수)

 

개인적으로 기술관료들은 엔지니어와 유사하다고 본다. 그들은 구체적인 일을 아주 잘 처리하지만 미래 비전이나 구상 제시에는 약하다. 이러한 기술관료들의 치국 원칙은 기본적으로 不出事, 즉 골치 아픈 일이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차기 지도자는 중국 내부 문제의 해결을 우선순위에 두고, 대외적으로 주로 사고를 예방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다 / 당 정 군 간 분업이 일어나고 있다. / 삼자 간은 업무 분업이 형성되어 있고, 개혁개방 이후 정부의 권한은 크게 강화되었다. 정부의 전문성이 중국의 현대화에 필수였기 때문이다. / 1947년부터 현재 중국의 공식적 문건에서 민족주의는 부정적인 용어이다. 공식적인 용어로는 애국주의를 사용하고 있다. / 민족주의의 대표주자 왕샤오둥은 중국 민족주의의 민주화를 주장한다. 그는 중국이 앞으로 잘못된 길로 간다면 민주가 부족해서이며, 민주를 이룩하게 되면 중국은 엄청난 나라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 일본은 스스로를 무사도에 비유하고 있다. 그러나 무사도는 문제가 있다. 의예지신은 있으나 仁이 없다. 인은 중국의 핵심 관념이다. / 상호확증파괴 때문에 핵무기 보유국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 법이다. / 개방적 협력이란 국제사회에서 특정 국가를 배제하지 않고 모두 협력의 장으로 이끌려는 노력을 의미한다(진찬룽 교수)

 

문정인 교수는 날카롭게 질문하고 중국 교수는 노련하게 답변한다. 그 속에서 진실을 찾고 미래를 예지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일독을 권한다.

 

       2010. 10. 15. 부산에서 자작나무

 

 

 

 

  

'독서일기(정치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문화지리지를 읽고  (0) 2010.11.28
9시의 거짓말을 읽고  (0) 2010.10.17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를 읽고  (0) 2010.08.06
갈등해결의 지혜를 읽고  (0) 2010.07.11
<PD수첩>을 읽고  (0) 2010.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