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소설)

허수아비춤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0. 11. 17. 22:02

조정래 소설 <허수아비춤>을 읽었다.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사람치고 조정래 장편소설 <태백산맥>을 안 읽어 본 사람이 있을까? 이 책의 주제는 '정치에만 민주화가 필요한 게 아니고 경제에도 민주화가 필요하다'는 작가의 말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작가가 말하는 경제 민주화란, 이 땅의 모든 기업들이 한 점 부끄러움 없이 투명경영을 하고, 그에 따른 세금을 양심적으로 내고, 그리하여 소비자로서 줄기차게 기업들을 키워 온 우리 모두에게 그 혜택이 고루 퍼지고, 또한 튼튼한 복지사회가 구축되어 우리나라가 사람이 진정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줄거리를 요약하면, 일광그룹 남회장은 재산권 보장과 경영권 승계를 위하여 개척문화센터라는 비선조직을 만든다. 비선조직의 역할은 평소 권력기관, 언론기관, 여론주도층 사람들을 관리하고, 필요할 때 그들의 협조를 받는 것이다. 이 조직은 남회장의 지시에 따라 윤성훈 총괄본부장, 박재우 기획총장, 강기준 실행총무가 만들었는데, 그 속에 정보기관, 검찰, 경제부처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영입한다. 남회장이 불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준 내용으로 법원에 기소되었으나 1심에서 무죄판결을 선고받는 것으로 이 소설은 끝난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상상만으로 존재할 뿐인 일부 재벌 사회의 이면을 해부해 보여주는데,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잘 모르겠다.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진정한 작가이길 원하거든 민중보다 반발만 앞서 가라. 한 발은 민중 속에 딛고, 톨스토이의 말이다.

 

작가는 모든 비인간적인 것에 저항해야 한다. 빅토르 위고의 말이다.

 

노신은 이렇게 말했다. 불의를 비판하지 않으면 지식인일 수 없고, 불의에 저항하지 않으면 작가일 수 없다.

 

긴 인류의 역사는 증언한다. 저항하고 투쟁하지 않은 노예에게 자유와 권리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가 가진 강력한 무기를 뽑아 들어야 한다. 그것은 소비자로서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권한인 '불매'다.

 

정치란 비도덕적인 것이 아니라 무도덕적인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말이다.

 

이 세상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는 세상 사람들 모두가 고루 나누어 먹고도 남는다. 그러나 부자들의 욕심을 채우기에는 모자란다(간디).

 

선진국들의 민주주의가 오늘의 형태를 갖추기까지는 지난 2백여 년의 시행착오를 거처야 했다. 오늘날의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의 틀이 잡히기까지도 정치사와 마찬가지로 2백여 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인간의 마음에서 재물욕이 생생히 살아 있는 한 세상 사람들은 우리 세력에게 충성스럽게 자발적 복종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양심적이고 도덕성이 강하다는 건 그자들의 장점이자 약점이지. 그 아킬레스건을 정면으로 공격하는 거야.

 

2010년 10월 1일 1쇄가 발행되고 30일만에 22쇄가 발행되었다. 이 사회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는 모양이다.  

 

                        2010. 11. 17.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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