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소설)

말테의 수기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1. 3. 27. 16:41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말테의 수기>를 읽었다(문현미 옭김. 민음사 발간). 저자는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났고, <기도시집>, <두이노의 비가> 등의 시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말테의 수기>는 일기체 소설로서 체념의식과 개개인의 고유한 삶이나 죽음은 아랑곳없고 질보다 양이 판을 치는 대도시의 양상에 대한 공포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절망의 기록이라고 한다. 몇 구절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아 그러나 사람이 젊어서 시를 쓰게 되면, 훌륭한 시를 쓸 수 없다. 시를 쓰기 위해서는 때가 오기까지 기다려야 하고 한평생, 되도록이면 오랫동안, 意味와 甘味를 모아야 한다. 그러면 아주 마지막에 열 줄의 성공한 시행을 쓸 수 있을 거다. 시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감정이 아니고(사실 감정은 일찍부터 가질 수 있는 거다), 경험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돌이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그러나 추억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추억이 많으면 그것을 잊을 수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추억이 다시 살아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큰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추억 그 자체만으로는 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추억이 우리들의 몸속에서 피가 되고, 시선과 몸짓이 되고, 이름도 없이 우리들 자신과 구별되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몹시 드문 시간에 시의 첫마디가 그 추억 가운데에서 머리를 들고 일어서 나오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놀라운 일에 대해서는 남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우리는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일들이 될 때 그것이 가장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둘은 공중을 날아보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요정들에 대해서는 실망하였고, 무언가 다른 것으로 변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저 가벼운 즐거움 정도로 느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형편이 나쁘고 위험에 처해 있다. 아, 그들이 그 한계를 극복해서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면 좋겠는데.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활은 오직 안전할 뿐이다. 어느 누구도 그들을 의심하지 않고, 그들 스스로 자신의 마음에 숨어 있는 것을 드러낼 일이 없다. 그들 마음속 은밀한 사랑은 거룩해지고, 그녀들은 밤 꾀꼬리처럼 그대로 노래하지, 결코 어느 한 부분을 노래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가 무엇을 말하는지 잘 모르겠다. 다음에 또 한번 읽어봐야 겠다.

 

  2011. 3. 27. 진주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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