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책에대한 책)

결정적인 책들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0. 11. 15. 22:26

왕상한 교수의 <결정적인 책들>을 읽었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조선일보 기자로 근무하다가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로스쿨에서 J.S.D를 받았으며 현재 서강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대학교 재학 중 법정스님을 만나 법명과 계를 받고 상좌가 된 적도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삶 속에 책을 용해하는 형식 즉, 이제껏 읽은 책을 소개하면서 그 책과 분리되지 않는 경험을 털어놓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어린이는 본래 현명하고 현실적이어서 자유를 허용하고 자신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켜 보아준다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성장할 것(닐의 <서머힐> 중에서)

 

내게 좋은 점이 있다면 엄마한테서 받은 것이요, 내가 많은 결점을 지닌 것은 엄마를 일찍 잃어버려 그 사랑 속에서 자라나지 못한 때문이다(피천득)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없이 사랑을 즐거운 감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 작은 책은 사랑은 기술이라는 가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중에서)

 

오스카 와일드의 말에 의하면, 예술이 생활을 모방하는 게 아니고 생활이 예술을 모방한다.

 

유토피아 헌법에서 지켜온 가장 오래된 원칙은 바로 종교적인 관용이었기 때문입니다(토마스 모어 <유토피아> 중에서)

 

얼마 후 대원 중 한 명이 체에게 와서, 자기들이 방금 포로로 잡은 적군 중위 한 명을 바케리토의 죽음에 대한 보복으로 사살하는 일을 허락해 달라고 하자 체는 이렇게 대답했다. "자네는 우리가 그들과 똑같다고 생각하나?"<체 게바라 평전> 중에서

 

인간이 집단으로 모여 있게 되면 개인일 때보다 훨씬 이기적이 되고 그래서 한 국가나 계급이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부도덕도 감행하는 그야말로 비도덕적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라인홀드 니버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중에서)

 

예전에 공화주의자 마르쿠스 포르시우스 카토는 카이사르와 벌인 싸움에서 패한 뒤 뭐라고 했던가? '승리는 신들의 것이고, 패배는 카토의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깨끗하게 승복할 줄 아는 아름다운 패배를 배워야 한다(볼프 슈나이더 <위대한 패배자> 중에서)

 

브레히트는 '분노하는 것은 고통이다'라고 했다.

 

그들은 모든 꽃을 꺾어 버릴 수는 있지만

결코 봄을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네루다)

 

일본엔 각각의 카스트, 즉 동일한 계급 안에서만 혼인을 해야 하는 강제 조항이 없었다......이렇게 사회 속의 유연함이 근대 일본 발전의 근간이 되었다는 것을 우리가 부정하기는 어럽다.

 

저자의 인생만큼이나 읽었다는 책들이 다양하다. 인세수익금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 기부한다는 저자의 뜻이 책 내용 속에 잘 녹아 있다. 일독을 권한다.

 

 2010. 11. 15.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