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문)

<독서의 즐거움> 저자 바우어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0. 4. 24. 15:32

수전 와이즈 바우어 <독서의 즐거움>을 읽었다. 저자는 미국의 저술가이자 교육자, 소설가이다. 초, 중, 고등학교 과정을 대부분 독학으로 마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책은 고전을 즐겁게 읽는 독서의 기술을 제시하고, 소설, 자서전, 역사서, 희곡, 시 다섯 분야로 나누어 고전 155편을 소개한다.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베이컨이 묘사한 이해의 세 단계인 맛보기, 삼키기, 소화하기는 그가 고전 교육법에 친숙하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정보수집과 독서는 똑같은 작업이 아니다..... 독서를 하면 지혜가 자란다. 혹은 모티머 애들러의 말처럼 "계몽된다". <독서의 기술>에서 애들러가 밝힌 대로 "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무언가 그러하다는 사실을 그저 아는 것이다. 계몽된다는 것은 그뿐 아니라 도대체 문제가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다"

 

아이작 와츠가 우리에게 말한 대로 단순히 읽기만 해서는 안되며 "제대로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의 관념과 정서를 스스로에게 전달하는" 행위에 대해 "숙고하고 연구"해야 한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독서한 내용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하여 독서일기를 쓰면 된다. 자신이 쓴 내용은 제대로 기억에 남기 마련이다. 자신의 언어로 요약한 내용은 자기 것이 된다.

 

허크는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만이 그나마 자유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길"이라는 사실을(데이비드 F. 버그가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 대한 평가)

 

뫼르소는 처형을 고대한다. 죽음이란 삶의 유일한 확실성이기 때문이다. 그는 느낀다. "자유의 끝에서......나는 우주의 친절한 무심함에 마음을 열었다" 카뮈의 부조리 철학에서 삶의 중요성은 없으며 인간은 모두 죽음을 선고받고 필연적인 종말을 향해 가는 존재다. 단 하나의 가능한 응답은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인정한 다음 후회없는 선택을 하며 현재를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로이 파스칼은 자서전이 역사적 사실보다 더 진실한 진리를 발견하는 방법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00년 전 성 바울이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갈등에 대한 설명을 제공해 주긴 했다. 성 바울이 "내가 하지 않을 것은 나는 한다. 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그것을 나는 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탄식했을 때 말이다.

 

상황에 따라 가볍게 옮겨 다니는 인간의 불확실성과 변하기 쉬운 속성 때문에.......우리 인생의 (모든) 다른 행동은 최후의 행위를 시금석으로 하여 진위 결정을 내려야 한다.......내 연구의 열매에 대한 평가는 죽음 이후로 유예된다(몽테뉴).

 

소로가 묘사한 월든에서의 소박한 삶은 경제적인 해법이 아니다. 그도 모든 미국인들이 숲으로 은둔할 수 없음을 철저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다만 불복종의 한 형식이다.

 

역사는 현실을 해명하고, 기억에 생기를 주고, 일상에 길 안내를 제공한다(키케로).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무질서에 순종하면서도 질서와 의미에 대한 믿음을 간직한다는 의미다(헤르만 헤세).

 

평등 상태는 모든 권력과 사법권이 상호적이며 아무도 다른 이보다 권력을 더 많이 소유하지 않은 상태다(존 로크)

 

가장 영광스러운 위업이 인간의 미덕이나 악덕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 주지는 않는다. 때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문제나 표현, 농담 등이 인간의 인성과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도록 해준다(플루타르코스).

 

그대를 위대하게 만들었던 그 힘이 그대를 파멸시켰다(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중에서 크레온이 내린 결론).

 

하지만 <고도를 기다리며> 극의 중심은 고도가 아니라 기다림이다. / 기다림은 인간 조건의 본질적이고 특징적인 일면으로서의 행위다(마틴 에슬린)

 

시의 언어는 자의식적으로 형식적이다. 즉 각각의 시에서 형식(시의 언어, 언어의 배치와 순서)은 시의 관념과 분리될 수 없다. / 시는 원래의 언어를 간직하는 범위에서만 시다.

 

시는 흡사 농담과 같다. 농담의 마무리로 단어 하나를 잘못 선택하면 전체 의미를 몽땅 잃어버린다(W. S. 머윈)

 

시는 사랑과 같다. 그것과 부딪히면 기쁨을 경험하니까 알아보기 쉽지만 만족스러운 정의로 납작하게 고정해 두기는 아주 어렵다(마리 폰소)

 

인생은 짧고 죽음은 다가오니 매 순간을 즐겨라. 호라티우스의 송시는 이러한 철학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침을 먹으며 앉아 있는 남자는 우연과 모순 덩어리인 반면, 시에서는 의도되고 완결된 상태로 재탄생한다는 유명한 선언을 했다. 그의 인생이라는 작품을 이해하는 한 가지 방식은 그 완결된 의도를 좇아가는 것이다(히니).

 

리얼리스트는 두 종류가 있다. 진짜 감자라는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 자기 감자에 잔뜩 묻은 흙을 제시하는 부류와, 닦아 내어 깨끗한 감자에 만족하는 부류, 나에게는 둘째 부류의 경향이 있다. 나에게 있어 예술이 인생에 하는 일은 인생을 깨끗이 하고 껍질을 벗겨 형식을 드러내는 것이다(로버트 프로스트).

 

독서법을 읽히는 데 유용하고 재미 있는 책이다. 워낙 많은 작품을 소개하다 보니 좀 어렵다. 일독을 권한다.

 

         2010. 4. 24.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