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책에대한 책)

하버드 인문학 서재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0. 10. 9. 09:17

크리스토퍼 베하가 쓴 <하버드 인문학 서재>를 읽었다. 저자는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하고 <하퍼스>의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하버드 클래식> 시리즈 독후감이다. <하버드 클래식>은 40년간 하버드대학 총장을 지낸 찰스 윌리엄 엘리엇이 "5피트 책꽂이면 몇 년 과정의 일반교양 교육을 대체할 책을 충분히 담을 수 있다"는 신념에 따라 고전을 하나의 교과과정처럼 편집했는데 총 51권이다. <하버드 인문학 서재>는 <하버드 클래식>을 1년 동안 읽는 과정과 그 소감을 정리한 책이다.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훌륭한 문학은 교훈적이어서는 안 되며, 적어도 노골적으로 교훈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자! 떠날 때가 왔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길을 갈 것이다. 나는 죽고 여러분은 산다. 어떤 것이 나을지는 오직 신만이 알고 있다(소크라테스가 아테네 법정에서)

 

각 세대는 자신만의 책을 써야 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각 세대는 다가오는 다음 세대를 위해 써야 한다(에머슨)(세월이 흘러 옛날 책들이 '고전'이 되자 그걸 너무나 존중한 나머지 우리는 그 책의 본성을 알려 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한 말).

 

에머슨에 따르면, 모든 좋은 것은 우리 내부에 있고 외부는 우리 내부의 것을 이끌어낼 때만 유용하다. / 내가 다른 영혼에게서 받을 수 있는 것은 교훈이 아니라 자극이다(에머슨)

 

내게 일어난 일은 사실이지만 이상해 보인다. 왜냐하면 내가 어떤 사실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언어 지식을 통해서가 아니라 언어 의미를 따라갈 수 있게 해준 사실들에 대한 경험을 통해서였기 때문이다(플루타르코스)

 

상상 속에서 자기가 만들어낸 세상에 살려는 돈키호테의 노력은 코미디가 아니라 용기다.

 

버크에게 있어 개혁은 시스템 자체를 전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 문제에 대해 지역 특유의 해결 방법을 적용하는 것을 의미했다.

 

여기에는 모순이 있다. 행복을 목표로 받아들이되,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행복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깊은 모순이 있다. 돛대 앞에서 지낸 2년이 이후 데이너라는 인간을 만들어주었듯이, 존 스튜어트 밀에게는 불행한 시기가 행복에 이르는 올바른 길을 찾아내는 데 필요했다는 사실이다.

 

철학자는 학식이 있는 사람만 알아들을 수 있도록 모호하게 가르친다. 이미 배워 알고 있는 것을 가르친다는 뜻이다. 반면 시인은 사상을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대중철학자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죽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몽테뉴)

 

로크는 교육의 목적을 지식 전달이 아니라 정신과 육체 양쪽에 건전성을 배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배움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는 더 중요한 덕목을 위한 부차적인 것이다......습관이 핵심이고, 습관을 들일 수 있다면 배움은 적절한 방식을 통해 싼값으로 구할 수 있을 것이다(로크).

 

모든 전쟁은 문학의 대가를 낳는다.

 

고전을 읽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우리의 삶이 통째로 바뀌고 모든 난제가 실타래처럼 풀리지는 않으리라......하지만 인간의 조건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고, 그래서 생로병사의 지루한 삶이 무한히 반복되는 한, 우리가 허투루 지나치는 삶의 의미를 속삭여주는 고전의 목소리에 잠깐이나마 귀 기울여도 좋은 것이다(역자 후기)

 

한 여름 밤의 별처럼 많은 책들이 소개되고 있다. 그 책을 읽느냐 마느냐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눈을 들어 별을 처다보냐 마느냐가 우리에게 달려 있듯이.

 

       2010. 10. 9.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