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책에대한 책)

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0. 9. 18. 12:46

최성각 <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를 읽었다. 저자는 강원도 산골짜기에 '풀꽃평화연구소'를 개설해 거위를 키우며 시골생활을 하는 생태주의 작가다. 이 책은 '생태주의 작가 최성각의 독서잡설'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저자가 읽은 책 이야기다. 그 책을 읽게 된 동기, 책의 내용, 책을 읽은 느낌이 긴장과 이완을 거듭하며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저자가 생태주의 작가이므로, 당연하게도 그가 읽은 책은 생태주의를 지지하는 책이 많다.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책은 피로에 지친 나를 덮어주는 따뜻한 담요였고, 세찬 바람을 막아주는 천막이었고, 아주 가끔은 모닥불이었고, 때로는 등불이기도 했으며, 언제나 의지할 기둥이었으며, 책 속에 빠져있던 시간은 혼자만의 잔치판이기도 했다.

 

책이 가르쳐준, 책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삶이었다.

 

고난이 거듭된다면 반드시 거기에는 뜻(의미)이 있을 것이라는 게 함석헌옹의 생각이었다.  

 

방관자에게는 자기 역사가 없다(피터 드러커 <방관자의 시대> 머리말)

 

칼 폴라니가 월급으로 받는 수표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고 우리 가족이 필요로 하는 것을 별도로 치는 것은 도리를 존중하는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입니다(칼 폴라니 아내 이로나)

 

무엇보다도 반권력이 자유로운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의무라는 확신에 관한 이야기였다(오리아나 팔라치 <한남자>에 대한 저자의 평가)

 

이기적인 사랑은 자기 자신을 엄청나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실제적으로는 그는 자기 자신을 미워한다.......이기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또한 자기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도 못한다......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타인에 대한 사랑 사이에 분업은 있을 수 없다. 오히려 타인을 사랑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조건이 된다. 이러한 통찰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자신의 사회관계에 있어서 관습적 변화가 아니라 극적 변화를 겪게 된다(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중에서)

 

역사는 대개 긴 무기력의 시간과 짧은 저항의 순간으로 채워져 있기 일쑤다.

 

칼빈의 광적인 비관용성은 로베스피에르의 정치적 편협성보다 도덕적으로 더 배타적이었고 무자비한 것(발자크)

 

칼빈은 음악을 혐오했다. 인간의 성애도 하찮게 여기고 심지어 증오했다. 그는 검은 옷만 입었다. 그는 미소와 유머를 경멸하고 두려워했다.

 

단연코 나는 사형선고를 바라지 않는다......이단자들은 결코 외압으로 억누르거나 진압되어서는 안 되고 단지 하나님의 말씀으로 극복되어야 한다(루터)

 

제네바가 칼빈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것은 순수한 제네바 시민 장 자크 루소가 탄생한 이후였다.

 

폭로는 바로 보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사회를 정화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진보주의란 세상을 변화시키자는 것인데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현재 세상의 경계를 건드리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입니다(김규항)

 

암베드카르가 한 말은 "나는 비록 힌두로 태어났지만 불자로 죽겠다"는 명언이었다. 힌두교도에서 불자로 개종하는 순간, 카스트는 그런 선택을 한 개인에게는 효력이 없기 때문이었다.

 

덜 갖되 더 충실한 삶을 배워가며 새롭게 행복을 찾은 나를 솔직하게 이야기했다(김남희)

 

세계화로부터 로컬화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헬레나)

 

선한 일을 하면 기쁘다 하나 / 누가 있어 그대를 알아줄까?/ 깊은 생각은 삶을 다치니/마땅히 운명에 맡겨야지/커다란 격랑 속에서도/기뻐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게나/해야할 일을 다했으니/더는 걱정하지 마시게(도연명)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은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삼가기를 바랄 뿐이다(지셴린)

 

부당한 법(악)에 고의로 저항하는 것, 그것은 신에 대한 의무이다 / 정부는 내가 동의한 것 이외에는 나의 신체와 재산에 대해서 순수한 권리를 가질 수 없다(소로우)

 

환경문제는 세계가 서로 굳건하게 연결되었다는 자각의 결핍으로 인해 발생했다.

 

모든 원인에는 이유가 있다(셰익스피어 <실수연발> 중에서)

 

생명은 일개 목숨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것은 쇠약해지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겁니다. 쇠약이라는 것은 되돌아가게 해주지요(아오노 사토시).

 

자유란 이 하늘과 땅 그 자체인 생물과 무생물을 통해 드러나는 섭리를 통찰하는 데서 찾아오는 것이기 때문이다(야마오 산세이 <여기에 사는 즐거움> 중에서).

 

인도에서 간디를 비판한 이가 있었고 그가 암베드카르인데 사망했을 때 위대한 간디가 사망했을 때보다 더 많은 인도의 하층 민중이 모여들어 눈물을 흘렸다는 점, 현대 경영학의 구루로 평가받는 피터 드러커가 칼 폴라니를 존경했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은 뜻하지 않은 수확이다. 재생종이로 책을 만들었다는 점과 부록으로 우리 시대 환경책 목록을 덧붙인 점이 눈에 띄었다.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그가 어떤 책을 읽었느냐를 알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독을 권한다.

 

                2010. 9. 18.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