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성찰)

이외수의 소생법 <청춘불패>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0. 3. 8. 22:00

이외수 선생님의 <청춘불패>를 읽었다. 우리 세대는 작가의 칼, 벽오금학도와 같은 소설을 읽으며 자랐다. 작가는 올해 65세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지금도 왕성한 글쓰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은 자신이 무가치하다거나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거나 자살을 꿈꾸는 젊은이에게 편지를 쓰듯이 작가의 경험과 격려를 보낸다.

 

우선 이외수 선생의 글이 많이 읽히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다.

첫째 그분의 문장이 섬뜩하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로 다이아몬드를 깎듯이 갈고 닦은 글을 대하면 무섭다.

둘째 그분은 늙었으면서도 젊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독자층이 넓다. 여기서 젊다는 것은 사무엘 얼먼이 '젊음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요, 마음의 상태이다'라고 말한 바 있는 그 젊음을 의미한.

셋째 그분이 솔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첫 구절은 '내 아버지의 별명은 미친개였다'는 작가의 고백으로 시작된다. 그분의 삶과 글이 분리되지 않으므로 그분의 말씀이 정확하게 전달된다.

 

이 책에서 인상 깊게 읽고 몇번 속으로 되뇌인 구절은 다음과 같다.

 

일찍이 어떤 지성도 어떤 권력도 사랑을 통제할 수는 없었다. 

다이어몬드는 다이어몬드로 깎아낸다.  

그래도 굳건히 남아 있는 자부심 하나 이 나이까지 아직 한 번도 인생을 배반하지는 않았다네.

나뿐인 놈이야말로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쁜 놈이다.

욕망은 '나뿐인' 인간을 양산하기 위해 악마가 보낸 사육사다.

나는 이익을 얻기 위해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사느니 차라리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인간답게 사는 쪽을 선택하겠다.

인간으로서 간직할 수 있는 최상의 희망은 바로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희망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아니다. 인간은 자연의 막내에 불과하다.

자존심의 질량과 열등감의 부피는 정비례한다.

먼저 그대 자신의 영달만을 위해서 성공을 기대하는 소인배를 그대 가슴 안에서 추방하라. 타인의 행복까지를 보장하지 않는 성공은 결코 진정한 성공이 아니다.

실연의 고통이 두려워서 연애를 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있다. 그는 곧 죽을 것이다. 배탈이 두려워서 밥을 먹지 않을 것이므로.

봄날 개천을 건너가는 저 나비들은 교회를 다닌 적이 없어도 어째서 저토록 아름다우며, 가을날 들에 핀 저 풀꽃들은 절간을 다닌 적이 없는데 어째서 저토록 아름다운가.

그대가 이름을 모른다고 산야에는 피는 풀꽃들을 모두 잡초라고 생각지는 마세요.

 

이외수 선생님과 사이에 공통점이 있는지 살피다가 다음과 같이 '발가락이 닮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외수 선생님은 인생 대부분을 지방에서 사신 것 같다. 나 역시 46년을 살아오는 동안 대학교, 사법연수원 6년을 빼고 지방에서 살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생각이다.

 

쓰는 자의 고통이 읽는 자의 고통이 될 때

읽는 자의 행복이 쓰는 자의 행복으로 되리라.

 

2010. 3. 9.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