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성찰)

김홍신의 <인생사용설명서>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9. 12. 31. 19:23

김홍신의 <인생사용설명서>를 읽었다. 저자는 <인간시장>이라는 소설로 30대 이상독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고,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지금은 건국대학교 교수로 있다.

이 책은 단 한 번의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 인생사용설명서를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지금 당장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을 일곱 가지 물음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건 바로 열정 때문이라고 합니다.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진정한 사랑은 이해, 포용,자기 낮춤이 선행된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린다(김수환 추기경)

 

청력을 잃은 베토벤과 베토벤을 도운 안나홀츠가 있었기에 1824년 5월의 공연무대는 9번 교향곡 합창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안나홀츠는 연주자 뒤에 숨어서 손짓과 표정으로 지휘를 하고 베토벤은 그녀늘 눈여겨 보며 초연의 오케스트라 지휘를 대성공으로 이끌었습니다).

 

물을 얻기 위해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필요하듯 우리 인생도 무엇인가를 원한다면 마중물을 부어야 합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멀리 가려면 여럿이 가라(아프리카 속담)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벌판을 내달리다가 잠시 멈추어 뒤를 돌아본다고 합니다. 너무 빠르게 달리면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봐 잠시 멈추는 것입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어느 학자의 견해처럼, 옷깃이 스치려면 두 사람이 끌어안아야 합니다. 한복의 옷깃은 턱 아래 쪽의 쇄골과 흉간 부분에 있으니 두 사람의 옷깃이 닿으려면 가볍게 껴안는 것으로는 힘듭니다.

 

부부싸움 끝에 남편이 나가라고 소리치자 아내가 곧바로 문을 열고 나갔다가 금방 들어 왔습니다. 왜 돌아왔느냐고 남편이 묻자 아내는 가장 소중한 걸 두고 가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남편이 그게 뭐냐고 했더니, 아내가 씨익 웃으며 바로 당신이라고 했습니다.

 

서(恕)에는 스스로를 용서하고 가다듬는 추서(推恕)가 있고 남에게 관대한 용서(容恕)가있습니다.  

 

미국의 재판장에서 어느 판사가 빵을 훔친 죄로 재판을 받는 노인에게 왜 염치 없이 빵을 훔쳐 먹었느냐고 물었습니다. 노인은 사흘을 굶었더니 오직 먹을 것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대답했습니다. 결국 판사는 벌금 10달러를 선고했습니다......

그 때 판사가 자신의 지갑을 꺼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10달러를 내야 할 사람은 바로 나입니다. 그 동안 좋은 음식을 너무 많이 먹은 것에 대한 벌금으로 말입니다"(훗날 워싱턴 시장이 된 리야 판사)......

"노인은 또다시 빵을 훔쳐 먹을지 모릅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그동안 좋은 음식을 먹은 대가로 조금씩 기부해주십시오"

 

대나무처럼 살라!(성철 스님)

 

대나무가 가늘고 길면서도 모진 바람에 꺽이지 않는 것은 속이 비었고 마디가 있기 때문입니다. 속인 빈 것은 욕심을 덜어 내어 가슴을 비우라는 뜻입니다.....대나무 마디처럼 온갖 고뇌를 딛고 자라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지도 모릅니다.

 

바다에서 갓 잡은 물고기를 서울까지 산 채로 가져오기 위해 저장고에 천적을 두어 마리쯤 넣어둔다고 합니다.....천적을 넣어두면 살기 위해 부지런히 도망 다니기 때문에 아주 싱싱하게 서울까지 가져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가볍게 읽고 무겁게 음미하기에 좋은 책이다. 옆에 앉아 대화를 나누듯이 책을 써내려간 느낌이 든다. 일독을 권한다.

 

80833번째 이 블로그를 방문한 당신도 새해에는 눈에 잘 띄지도 않는 네잎 클로버를 찾지 말고 지천으로 깔려 있는 세잎 클로버를 찾으시길 빕니다. 네잎 클로버는 꽃말이 행운이고, 세잎 클로버는 꽃말이 행복이랍니다.

 

                   2009. 12. 31.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