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성찰)

법정 <인도기행>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0. 4. 25. 21:49

법정 스님 <인도기행>을 읽었다. 스님이 떠난 뒤에 알게 된 사실은, 많은 이들의 영혼이 스님의 책으로 정화되고 있다는 점, 나는 스님의 책을 읽은 적이 없었고 그래서 영혼이 맑지 않다는 점이다. 이 책은 스님의 인도 기행문인데, 여행은 1989년 11월부터 3개월 동안 불교 성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스님이 본 인도는 한 마디로 '삶과 죽음을 넘어선 나라'다. 스님이 이 책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인간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이 죽음이고, 이 죽음을 극복했을 때 비로소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듯하다.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모든 종교가 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생겨난 것이라고 볼 때, 종파적인 편견은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옹졸한 마음의 소산이다. 하나의 진리를 가지고 현자들이 여러 가지로 말했을 뿐이다.

 

더 직선적으로 말한다면, 진정한 종교인은 종교 그 자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우주가 다할 때까지 중생이 남아 있는 한 나는 세상의 불행을 없애는 자로서 남아지이다(달라이 라마)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라.

 

5세기에 세워진 날란다 불교 대학은 12세기에 이슬람교도들에 의해 살해되고 파괴되었다. 사람의 손으로 만들었다가 또 다른 사람의 손에 파멸되는 것이 어리석은 인류의 역사인가.

 

인도에서 시간은 돈이 아니다. / 미국에서는 시간이 곧 돈이었다.

 

인도는 이렇듯 옛것과 새것이 조금도 불편하지 않게 함께 공존한다.

 

인도의 혼은 도시에 있지 않고 농촌에 있다(간디)

 

중생이 앓고 있으므로 나도 앓습니다. 중생이 병이 나으면 내 병도 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보살은 중생을 위해

생사에 들어가고 생사가 있으면 병도 있게 마련입니다. 보살의 병은 오로지 큰 자비심에서 생기기 때문입니다(유마 거사).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기쁨이 있소. 하나는 받는 기쁨이요, 다른 하나는 주는 기쁨이오. 그대는 이제 받는 기쁨에 서 주는 기쁨의 뜻을 알게 되었소. 받는 기쁨은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되고, 또 그것을 지키려는 괴로움으로 변하기 쉽다. 그러나 주는 기쁨은 그 자체가 욕망의 소멸이며 나누어 가짐에서 오는 충만이다. 퍼낼수록 맑게 고이는 것이 자비의 샘물이니까(불경).

 

세상에는 두개의 지우친 길이 있다. 수행자는 그 어느 쪽에서 기울어져도 안 된다. 하나는 관능이 이끄는 대로 욕망과 쾌락에 빠지는 일인데, 이것은 천하고 저속하며 어리석고 무익하다. 다른 하나는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일에 열중하는 고행인데, 이 또한 괴롭기만 할 뿐 천하고 무익하기는 마찬가지다

/ 수행승들이여. 나는 이 두개의 지우친 길을 버리고 올바른 길, 중도를 깨달았노라. 이 중도에 의해서 통찰과 인식을 얻었고, 평안과 깨달음과 눈뜸과 열반에 이르렀노라 /  그럼 중도란 무엇인가. 그것은 여덟 부분으로 이루어진 성스러운 길(八正道)이다(전법륜경). 

 

기도에는 목소리가 아니라 진정이 필요하다. 진정 없이는 말은 의미가 없다(간디).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면 삶에 진실이 따르고, 그 질서를 등지면 삶이 황폐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리로 가는 길은 따로 없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도, 어떤 종교나 종파로도 진리에 이를 수는 없다. 진리는 무한하고 무조건적인 것이므로 그것을 조직화해서는 안 된다(크리슈나무르티).

 

참으로 산다는 것은 당신이 집착하고 있는 모든 것을 버릴 때만 가능합니다. 그래야 하루하루가 새로운 날이 됩니다. 당신은 날마다 죽으면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크리슈나무르티)

 

우리는 날마다 죽으면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만일 죽음이 없다면 삶 또한 무의미해질것이다. 삶의 배후에 죽음이 받쳐 주고 있기 때문에 삶이 빛날 수 있다.삶과 죽음은 낮과 밤처럼 서로 상관관계를 맺는다. 영원한 낮이 없듯이 영원한 밤도 없다. 낮이 기울면 밤이 오고 밤이 깊어지면 새날이 가까워진다.

 

스님이 여행한 시기와 이 책의 3판이 발행된 시기 사이에는 20년의 간격이 있지만, 그 점이 이 책의 흠이 되지는 않는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좀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

 

           2010. 4. 24.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