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소설)

김훈의 '공무도하'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9. 10. 24. 17:06

김훈님의 '공무도하'를 읽었다. 책을 고를 때 작가 이름만으로 고르는 경우가 많다. 김훈님도 그 중의 하나다. 그가 쓴 칼의 노래를 비롯하여 강산무진, 현의 노래, 남한 산성, 자전거 여행 다 좋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다음과 같다.

문정수 : 신문사 기자, 창야와 해망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의 취재를 통하여 여러 인물과 얽힌다.

노목희 : 창야 출신의 미술선생이었는데, 그만두고 서울에 와서 출판사 기획 내지 디자인 일을 한다. 창야에서는 장철수와, 서울에 와서는 문정수와 친구로 지낸다.

장철수 : 창야 출신으로 노동운동을 하였는데, 체포되었다가 조직의 비밀을 털어놓고 석방된다. 그길로 창야를 떠나 해망으로 들어가 바다 밑에 떨어진 탄피를 주어 올려 먹고 산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바는 잘 모르겠지만, 책 맨 끝에 있는 다음과 같은 말에서 단초를 얻을 수 있겠다.

 

나는 나와 이 세계 사이에 얽힌 모든 관계를 혐오한다. 나는 그 관계의 윤리성과 필연성을 불신한다.

 

이 책에서 감명 깊게 읽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은 치사하고 인간은 던적스럽다. 이것이 인간의 당면문제다 시급한 현안문제다....(장철수의 말)

 

제3자란 없다. 당사자가 있을 뿐이다. 모든 인간은 모든 인간의 당사자이다(제3자 개입금지 위반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노동운동가)

 

부재는 증명의 대상이 아니다.....증명되지 않은 것들의 실체를 긍정할 수 없는 것이 과학의 고충이다.

 

젓가락으로 김치를 마주 잡고 찢어 먹는 하찮음이 쌓여서 생활을 이루는 것인가. 그 하찮음의 바탕 위에서만 생활은 영위되는 것인가. 아니면 그 사소함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적의의 들판으로 생활은 전개되는 것인가. 그 사소함이 견딜 수 없어 안쓰럽고 그 적의가 두려워서 나는 생활로 넘어가는 문턱에서 이렇게 쭈빗거리고 있는 것일까

 

칼의 노래에서 '베어지지 않는 것을 벨 수는 없다'는 문장을 읽으면서 느꼈던 희열을 다시 느낄 수 있다. 글 읽는 맛이 나는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2009. 10. 24. 부산에서 자작나무

 (S&T 그룹 사보 '우리들'에 소설가 김훈님의 대담이 실려 있어 소개한다.

[질문] 이순신을 통해 선생님께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답변] 삶이 아무리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워도 삶을 단념해서는 안 된다는 운명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삶은 기어코 살아내야 하니까요

[질문] 작가로서 선생님의 철학 또는 원칙은?

[답변] 나는 앞으로 삶의 일상성, 일상의 구체성, 사소한 것들의 아름다움에 주목하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이런 일상성과 구체성을 등한히 여겨온 세월을 나는 반성하고 있습니다.

[질문] 이순신 리더십 강의의 키워드는?

[답변] 전환입니다. 전환에서 희망으로, 수세에서 공세로, 과거에서 미래로, 집중에서 분산으로, 분산에서 집중으로, 그리고 죽음에서 삶으로 인생과 시간을 바꾸어 나가는 생명의 힘을 이순신의 생애에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전환 이것이 나의 이순신 리더십 강의의 키워드입니다. 2009. 11. 25. 추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