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소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9. 8. 16. 21:51

아내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내게 읽어볼 것을 권유하였다. 소설에

나오는 내용 특히 가족 구성이 나와 많이 닮았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한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한 어머니가 아버지와 함께 자식들이 거주하는 서울에서 생일 잔치를 치르려고 올라가던 중 서울역에서 길을 잃는다. 아버지와 자식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어머니를 찾는다. 결국 찾지를 못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엄마를 잃어버리기 훨씬 전부터 얼마나 엄마를 잊고 살았는지를 깨닫고 자책한다.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리스트)

 

엄마에게 너에게 생긴 일에 대해서 길게 얘기해본 적이 언제던가

 

엄마는 부엌에 있거나 논에 있거나 밭에 있었다.

 

먹고사는 일이 가장 중하던 그때가 인생에서 행복한 때였다고 말하며 웃던 너의 엄마

 

그는 언제부턴가 대체로 엄마를 잊고 지냈다.

 

그때의 젊은 엄마는 그로 하여금 남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결의를 품게 하는 존재였다.

 

아내의 손이 닿으면 무엇이든 풍성하게 자라났다.

 

당신은 아내가 당신보다 더 오래 살기를 바라던 마음이 얼마나 이기적이었나를 이제야 깨닫는다.

 

말이란게 다 할 때가 있는 법인디......나는 평생 니 엄마한테 말을 안하거나 할 때를 놓치거나 알아주겄거니 하며 살었고나.

 

견디라 했지요. 시간이 지나면 그 어떤 상처도 지나간다고 했소.

 

당신은 내게 죄였고 행복이었네

 

세상의 모든 관계는쌍방이지 한쪽서 결정하는 것만도 아니지요.

 

엄마가 없어도 일상은 이어지고 있었다.

 

엄마가 없는데도 봄이 오고 있다니.

 

엄마를 생각하면 무엇인가 조금 바로잡히고 내부로부터 뭔가 다시 힘이 솟구쳐올라오는 것 같았으니까.

 

어머니에겐 그 무엇이 아닌 그저 어머니의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작가의 말).

 

엄마를 잃기 전에는 엄마의 존재와 역할을 모른다. 공기가 없어지기 전에는 공기의 존재와 역할을 모르듯이. 엄마에게도 고민과 슬픔이 있다는 것을, 엄마에게도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이 책을 조금 일찍 읽었더라면 삶이 달라졌을까? 자책감이 덜했을까? 일독을 권한다.

 

       2009. 8. 16.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