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법연구회

우리법연구회 공개세미나 회장 인사말

자작나무의숲 2009. 10. 12. 12:30

공개세미나 회장 인사말

  우리법연구회는 여러 차례 공개세미나를 열었지만 관심에 비하여 알려진 바가 적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2005년 총회 이래 여러 차례 공개성을 강화하자는 결의를 했지만 내용의 빈약함 때문에 망설여 왔는데, 이렇게 공개세미나를 감행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준 단체, 언론사에 감사드립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사법의 독립이라는 헌법을 수호하고자 판사직까지 걸었던 사람들의 우리법연구회를, 헌법을 유린하고 권력을 사유화한 하나회에 비유하는 그 사상적 기초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점입니다. 권력의 사유화가 목적이었다면 우리는 벌써 해체했을 것입니다. 성가시고 힘들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법연구회는 판사들의 학술연구단체입니다. 지난 21년간 매월 세미나 내지 총회를 개최하였고, 그 결과물을 5권의 논문집과 2권의 소책자로 드러냈습니다. 우리법연구회의 목표는 법원의 개혁이 아닙니다. 법관의 자기개혁 이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사법의 독립이 독선의 방패가 되지 않도록 우리는 연구하고 토론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힘없는 사람의 권리를 보장하고, 힘 있는 사람의 의무를 담보하는 사법부를 만드는 데 이바지할 것입니다.

  시사적인 문제일지라도 법률가가 다루어야 할 성격의 것이라면 회피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의를 세워라. 그러면 교만이 망할 것이다>라는 격언은 명심할 것입니다. 다만, 시사적인 문제에 관하여 의견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토론 그 자체를 막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에 어긋난다는 점에 주의를 환기시키고 싶습니다. 말은 말로 다투어야 하는 것이지 힘으로 제압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온당하지 못합니다.

  더욱이 판사들에게 똑같은 생각을 요구해서는 아니 됩니다. 판사들에게 헌법을 초월한 애국심을 요구해서도 아니 됩니다. 왜냐하면, 판사들은 본질적으로 똑같은 생각을 할 수 없는 존재이고, 헌법을 실현하는 범위 내에서 애국심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이며, 그런 존재의 운명이야말로 대한민국 헌법의 요청이기도 합니다.

  반면 판사들이 똑같은 생각을 하거나 헌법을 초월한 애국심을 발휘하였을 때 사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했다는 것이 지난날의 역사가 보여주는 교훈입니다. 생태계가 단순할수록 파괴되기 쉬운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우리들은 스스로에게 질문할 것입니다. 우리 속에 이념 성향의 사조직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는 없는지? 이렇게 말입니다. 나아가 우리법연구회의 해체를 주장하는 분들께도 다음과 같이 질문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민주주의는 판사들의 학술연구단체도 용인할 수 없을 만큼 협량한 것입니까?

  끝으로 이 푸르른 가을에 들판의 자유 대신에 토론의 구속을 선택하신 여러분께 경의를 표하면서 부족한 인사말을 마칠까 합니다.

               2009. 10. 10. 우리법연구회 회장 문형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