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법연구회

우리법연구회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구합니다.

자작나무의숲 2009. 11. 20. 16:29

우리법연구회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구합니다.


  저는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문형배입니다.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저로서는 일부 보수단체와 언론사가 제기하는 몇 가지 의문에 대하여 사법부 구성원에게 해명을 하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1. 우리법연구회는 판사들의 학술연구단체입니다.

  우리법연구회는 판사들의 학술연구단체로서 지난 21년 동안 매월 세미나 내지 총회를 개최하고 그 결과를 5권의 논문집 및 2권의 소책자로 드러냈습니다. 우리는 이념성향의 사조직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념을 연구하지도 아니하고, 특정 이념에 기초하여 연구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적 이익을 꾀하기 위해서 존립하는 모임이라면 제 임기 중에 해체를 추진했을 것입니다. 그 정도의 분별은 저에게 있습니다.

  민주노동당 당직자가 국회 건물에서 점거농성한 사안과 관련하여 공소기각 판결을 한 마00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회원인 점에 대하여 대서특필하면서도, 벌금 700,000원의 판결을 선고한 정00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회원인 점에 대하여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위와 같이 대서특필한 신문사 기자들은 우리법연구회 회원명단을 이미 갖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우리법연구회에도, 판사가  가입한 다른 모임과 마찬가지로, 이런 견해를 가진 판사도 있고 그와 다른 견해를 가진 판사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는 자신의 견해가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는지를 놓고 끊임없이 토론을 할 뿐 특정 이념을 내세우거나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일부 언론사는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이 나올 때마다 담당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회원인지 여부를 조사한 다음 우리법연구회 회원임이 확인되면 황당한 판결이라는 비난과 함께 20년 전 행적까지 들춰내고 있습니다.

  물론 공소기각 판결의 정당성 여부에 대하여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에 대한 해답은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심급제도를 통하여 찾아야 할 것입니다. 언론이 사법을 비판할 수는 있겠지만, 사법을 대신해서는 아니 됩니다. 소송계속중인데도 제1심 판결이 황당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언론이 사법을 대신하는 것입니다.

  사법부는 분쟁을 최종적으로 해결하는 곳이고 접수된 사건에만 사법권을 행사하는 수동적인 국가권력인 점을 고려하여, 사법부 판결에 대한 비판은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선진국 언론이 공유하는 상식입니다.  


2. 우리의 목표는 법관으로서 끊임없이 하는 자기 성찰입니다.

   촛불집회 사건의 재판과 관련한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의 행위에 관하여, 많은 판사들이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취지로 코트넷에 글을 올리거나 판사회의에서 토론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저의 몫이 아니므로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을 우리법연구회가 선동하였다거나 주도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판사들이 선동의 대상이 된다고 가정하는 것도 참 우스운 발상이거니와 우리법연구회는 판사들의 학술연구단체일 뿐, 법원 현안에 관하여 논의하거나 대응하는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물론 일부 회원들이 그런 흐름에 참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개인의 신념에 기초할 것일 뿐 우리법연구회와 무관한 것입니다. 우리법연구회의 많은 회원들이 코트넷에 글을 쓰지도 아니하였고 판사회의에 참여하지도 아니 하였던 점은 이를 반증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법연구회의 목표는 법원의 개혁이 아닙니다. 단지 법관으로서 자신의 지위와 역할을 인식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 보며 자신을 개선해 나가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3. 회원명단 공개 요구 수용

  학술연구단체의 회원명단을 공개할지 말지, 공개한다면 어떻게 할지는 전적으로 학술연구단체의 판단에 맡겨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법연구회는 논문집 6집을 발간하면서 논문집 끝에 회원명단을 첨부하는 방법으로 회원명단을 공개하기로 하였습니다.

  법원 내부에서도 우리법연구회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 그러한 오해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학술연구단체의 관행에 따라 회원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회원명단 공개에 기초하여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가 벌어질 경우 곧 구성될 재판독립위원회가 적절하게 대처해주리라는 믿음도 회원명단 공개를 결정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법원 안팎의 비판을 받아들여 코트넷에 학회등록을 하고 공개세미나를 개최한 데 이어 위와 같이 회원명단까지 공개하기로 한 이상, 학술연구단체에 대한 편향적 시각과 재판에 대한 부당한 간섭은 이제 사라졌으면 합니다. 즉, 전환이 필요합니다.

  우리법연구회를 더욱 더 투명하게 운영하고 사법부 구성원의 비판에 항상 귀기울일 것을 다짐하면서 사법부 구성원 여러분께 우리법연구회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구합니다.

  

2009. 11. 17. 법원 전자게시판에 문형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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