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정치사회)

김용담 대법관의 '판결 마지막 이야기'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9. 9. 17. 16:57

김용담 대법관님의 '판결 마지막 이야기'를 읽었다. 저자는 1972년 판사로 임관하여 2009. 9. 11. 대법관으로 퇴임할 때까지 37년간을 판사(대법관)로 근무하였다. 저자는

판사직을 마감하며 지난 날을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잣대로 로마법을 들고 나온다. 아마도 로마법이 국민의 신뢰를 얻었고, 로마 제국의 번영을 뒷받침하였다는 점이 작용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법관의 삶, 법과 정의, 희망매매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법대를 지망하는 과정, 판사가 되는 과정, 판사로 근무하며 겪었던 일을 회고하면서, 법철학에 기반을 둔 사색의 결과를 제시한다. 때로는 단호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이야기를 나누듯이 풀어나간다.

 

되새겨볼 만한 구절은 다음과 같다.

 

재판관은 그 누구의 편도 아니며, 누구의 편이 되어서는 재판자로서 기능할 수 없다는 것을 늘 기억하고 명심해야 할 것이다.

 

나는 법률가들에게 요구되는 최대의 덕목은 겸손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명판결이란 그 판결의 긍정적인 파장이 오래도록 지속되는 것을 말할 것이다.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을 보는 재판관의 눈임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명심해야 한다. 시시한 사건은 없다. 그 속에 감춰진 보석을 알지 못하고 진흙 속에 묻어버리는, 멀어버린 눈이 있을 뿐이다.

 

인간의 본성에 비추어 볼 때, 생계수단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은 그의 의지도 지배할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인데, 사법권이 예산권을 가지고 있는 입법권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이루리라고는 도저히 바랄 수 없으므로, 의회일지라도 처음 법관에 취임하면서 받도록 정해진 금액 이하로는 감액할 수 없도록 제한해둘 필요가 있다(해밀턴)

 

프로이센의 군주 프리드리히 2세가 물레방앗간 사건에 개입한다......감금당하였던 판사가 곧 사면되기는 하였지만, 이 사건은 당시 유럽에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은 대명의 마지막이고 법관독립의 효시로 기억되며, 1794년 프로이센 일반란트법 제정의 계기가 된다. 사람들은 곧, 한 사람의 선의와 현명함에 의존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인지를 자각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로 어리석은 법관에게도 제도적으로 독립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재판관은 실정 법률과 정의가 충돌하더라도, 문제의 법률이 참을 수 없이 불공정한 것이거나, 또는 법 개념 속에 포함되어 있는 인간의 평등을 의식적으로 부인하는 것일 때에만, 실정법의 적용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이다(라드부르흐).

 

정의를 세워라, 그러면 교만이 망한다.

 

정의의 적 히브리스가 나타나는 대표적인 모습을 탐욕과 만족할 줄 모르는 공명심, 그리고 법의 무시라고 설명한다.

 

권리는 단순한 사상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힘이다......양자가 짝을 이루어, 칼을 휘두르는 힘과 저울을 다루는 숙련이 균형을 이룰 때, 그 때에만 권리의 완전한 실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예링)

 

법률의 수명은 그 법을 해석 적용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

 

법원을 판결하는 곳이지 봉사하는 곳이 아니다(쎄귀에르)

 

여러 대목에서 대법관님이 나를 꾸짖는 것 같기도 하고, 타일르는 같기도 하였다.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주었다. 대법관님은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으시고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 연수하러 떠나셨다. 법률가나 법률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꼭 읽어 보시길 권한다.

 

                          2009. 9. 17.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