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성찰)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9. 8. 30. 21:55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을 읽었다.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읽고 버트런드 러셀이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행복의 정복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주저 없이 선택하였다. 그는 1872년에 태어나 1970년에 사망하였다고 하니 99세까지 산 셈이고  이 점만으로도 그가 전하는 '행복의 정복'은 흥미로운 셈인데, 내용 역시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생전에 다양한 분야의 책을 출간하여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핵무장 반대운동, 베트남 전쟁에도 적극 개입하여 스스로 밝힌 바대로 무정부주의자, 좌파, 회의적 무신론자의 길을 걸었다.

 

행복은 저절로 굴러 들어오는 것이 아니며 끊임없이 쟁취해야 하는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러셀은 이 책에 '행복의 정복'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1부는 행복이 당신 곁을 떠난 이유, 2부는 행복으로 가는 길로 구성되어 있다.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지금 나는 삶을 즐기고 있다. 한 해 한 해를 맞을 때마다 다 나의 삶은 점점 즐거워질 것이다. 이렇게 삶을 즐기게 된 비결은 내가 가장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서 대부분은 손에 넣었고, 본질적으로 이룰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깨끗하게 단념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협력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협력에 필요한 우정을 만들어내는데, 물론 이 본능적인 장치가 완벽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사랑은 협력을 이끌어내는 최초의 감정 형식이자, 가장 보편적인 감정 형식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권태의 반대말은 즐거움이 아니라 자극이다.

 

어느 정도 권태를 견딜 수 있는 힘은 행복한 삶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소설이라도 지루한 대목은 있는 법이다.

 

행복한 인생이란 대부분 조용한 인생이다. 진정한 기쁨은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만 깃들기 때문이다.

 

질투는 민주주의의 기초다......민주주의 이론에 추진력을 제공해온 격정이란 곧 질투라는 감정이다.

 

인간 본성에는 질투를 상쇄할 만한 다른 격정, 즉 탄복이라는 감정이 있다.

 

질투의 결과로 빚어진 정의는 자칫하면 최악의 것, 즉 불행한 사람들의 즐거움을 증가시키기보다 오히려 행복한 사람들의 즐거움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는 정의가 되기 쉽다.

 

근본적 행복은 무엇보다 인간과 사물에 대한 따뜻한 관심에서 비롯된다.

 

의무감은 일을 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인간관계에서는 불쾌감을 불러일으킨다.

 

관심분야가 많은 사람일수록, 행복할 기회는 그만큼 많아지고, 불행의 여신의 손에 휘둘릴 기회는 그만큼 줄어든다.

 

무수히 많은 사건들은 우리가 관심을 기울일 때에만 비로소 경험이 된다.

 

중용은 재미없는 이론일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많은 문제에 관한 한 정확한 이론이다.

 

일을 할 때 필요한 태도는, 최선을 다하면서 그 결과는 운명에 맡기는 태도다.

 

행복한 사람은 자유로운 애정과 폭넓은 관심을 가지고 객관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단숨에 읽을 수 있을 만큼 흥미롭고 유익한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내가 평소에 사용하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이 책에 언급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어떤 불행이 닥쳐오면 진지하고 신중한 태도로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보라. 일어날 수 있는 불행을 직시하고 나서는, 그 불행이 그렇게까지 끔찍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만한 적절한 이유를 스스로에게 제시해보라.'

 

(나의 좌우명은 오래 전부터 정직이다. 겸손, 성실, 용기, 소박 이런 것들이 다 소중한 덕목이기는 하지만, 정직이 안받침을 해주질 않을 때 모든 것이 헛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문제는 무엇인지, 그 문제를 해결한 만한 능력은 있는지, 실패하더라도 그 결과를 감당할 의지는 있는지 이런 문제를 먼저 검토한 다음, 사회 문제는 무엇인지,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누구와 협력할 수 있는지, 누구를 설득해야 문제 해결을 할 수 있을지를 검토하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순서를 밟아 가는 과정에서 자신과 타인에 대하여 정직하지 아니하면 성공할 수 없고, 실패를 견딜 수도 없다. 특히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사람일수록 더 정직해야 한다.

 

행복 역시 일상이 먼저 행복해야 한다. 매일 같이 되풀이 되는 일상이 행복하지 아니한 사람이 극적 순간에 주어지는 행복만으로 일생을 버티기는 힘들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일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법을 연구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일상이 행복해야  극적인 순간의 행복을 만들 수 있고, 타인과 함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닐까?)

 

        2009. 8. 30.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