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성찰)

린드버그의 '바다의 선물'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9. 8. 18. 21:44

홍광식 부장판사님으로부터 린드버그 여사의 '바다의 선물'을 선물받고 오늘 읽었다. 린드버그 여사는 최초로 대서양 무착륙 횡단 비행에 성공한 린드버그 대령의 부인으로 미국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비행면허를 취득했다. 여러 권의 책을 지었는데 이 책은 그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인내, 신념, 관용, 생활의 단순화와 고독 그리고 斷續性의 지향, 이것이 린드버그 여사가 이 책에서 추출해 내고자 한 명제라고 한다. 어느 여름 휴가를 외딴 섬에서 보내게 된 것이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라고 한다. 소제목이 해변, 소라고둥, 달고둥, 해돋이조개, 굴조개, 배낙지조개, 몇 개의 조개, 해변을 떠나며이다.

 

되새겨 볼만한 구절은 다음과 같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모든 것을 기록한다. 쓴다는 것은 곧 생각하는 것이며, 그것은 생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다. 삶의 의미를 잡는 일이기 때문이다.

 

참을성, 참을성, 참을성 이것이 바로 바다의 가르침인 것이다.

 

해변에서 지내는 동안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먼저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벗어 내던지는 기술을 익힌다.

 

그런 생활의 간소화가 얼마나 큰 정신적 자유와 평화를 안겨다 주는가를 그에게 가르쳐 주었다.

 

택할 다른 무엇도 없고 버릴 수도 없다. 우리는 언제나 고독하다. 우리는 자신을 속이고 그렇지 않은 척 시치밀 뗀다. 다만 그것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고독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렇다, 그런 체만이라도 한다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릴케)

 

자기 자신과의 접촉이 없으면 다른 사람들과도 접촉할 수 없게 된다.

 

나는 사람이 자기 자신의 중심과 교류를 가질 때에만 타인과의 교류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이제 비로소 깨달아 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의 경우, 이 중심 - 내면의 샘은 고독을 통해 가장 잘 발견된다.

 

주는 것이 여성의 임무라면 여성 역시 다시 채워지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고독을 통해서라고 달고둥은 말한다. 모든 사람, 그 가운데서도 특히 모든 여성들은 일년 중의 일정 기간, 일주일 중의 한때, 하루의 일정 시간을 홀로 지내야 한다.

 

자립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어른이 되는 요체이다.

 

두 사람 사이의 완전무결한 공유란 불가능하다.....그러나 비록 가장 가까운 두 사람 사이라 하더라도 거기엔 무한한 간격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그리고 만약 상호간에 상대방을 전체로서, 넓은 공간에 대한 대응으로서 볼 수 있는 그 간격을 사랑하게만 된다면, 그들은 어깨를 나란히 하여 훌륭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릴케)

 

인생에서 최상의 경험은 '심원한 사상을 나눈 다음에 서로 접촉하는 것'(예이츠)

 

좋았던 과거는 너무나 멀리 달아났고 가까운 과거는 너무나 소름끼치며 미래는 너무나 모험적이므로, 이곳과 지금을 황금의 영원으로 연장할 수 있는 기회는 현재만이 가진다. 유럽인들은 설령 그들이 일요일에 교외로 나가거나 길모퉁이의 까페에 앉아 한 잔의 커피를 마시는 정도의 의미밖에 없다 할지라도 그런 현재를 즐기고 있다.

 

저자처럼 외딴 섬에 휴가를 가서 홀로 지내며, 자연과 벗하고, 생각을 가다듬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리라 생각한다. 조개를 관찰하며 인생을 관조한 저자의 섬세함과 유려함이 돋보인다. 일독을 권한다.

 

 

 

      2009. 8. 18.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