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정치사회)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등의 '생각의 탄생'을 읽다.

자작나무의숲 2008. 5. 5. 12:31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셸 루트번스타인 부부의 '생각의 탄생'을 읽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추천사에서 창조성 발상의 근원은 '무엇을 끄집어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끄집어낼 것인가'에 달려 있고, 앞으로 지식사회를 선도해갈 인재들은 전문가들이 간과한 지식 대통합을 통해 분야를 넘나드는 창조적 사고를 해야 한다(20세기가 전문가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통합의 시대다)고 주장하면서 이 책에서 그 해답을 찾으라고 요구한다.

 

이 책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대한 방대한 연구를 담고 있다. 저자는 창조를 이끄는 13가지 생각도구를 제시한다.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인식, 패턴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이 그것이다. 

 

인상 깊은 대목은 다음과 같다.

 

예리한 관찰자들은 모든 종류의 감각정보를 활용하며, 위대한 통찰을 '세속적인 것의 장엄함' 즉 모든 사물에 깃들어 있는 매우 놀랍고도 의미심장한 아름다움을 감지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많은 과학자들 역시 관찰력을 기르는 방법의 하나로 미술을 들고 있다. 그들은 "그리지 못한 것은 보지 못한 것이다"라는 논지를 계속 반복하고 있다.

 

단순성을 통해 이 이미지들은 순수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바꿔 말해 그들은 '추상화'를 한 것이다.......모든 추상화는 단순화다......이처럼 글쓰기의 본질은 종이 위에 단어를 늘어 놓은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들을 골라내고 버리는 데 있다.

 

현상은 복잡하다. 법칙은 단순하다.......버릴 게 무엇인지 알아내라(리처드 파인먼)

 

패턴을 알아낸다는 것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미리 아는 것이다.

 

헬렌 켈러가 자서전에서도 밝혔다시피 그녀의 학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열쇠는 '유추'였다.

 

시를 가르치는 것은 은유를 가르치는 것이다(로버드 프로스트)

 

시를 쓰는 목적은 다른 누군가의 내부에 자신과 유사한 상태의 존재를 세우는 것(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

 

근육의 움직임에 대한 감각, 몸의 느낌, 촉감 등은 상상력 넘치는 사고의 강력한 도구가 되어 준다는 것을 우리는 확실히 알고 있다......이러한 사례들은 사고하는 것이 느끼는 것이고, 느끼는 것이 사고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철학자 칼 포퍼는 새로운 이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방법을 '공감적인 직관', 혹은 '감정이입'이라고 보았는데, 이것은 '문제 속으로 들어가 그 문제의 일부가 되는 것'을 가리킨다.

 

음악가는 스스로 감동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없다(C. P. E. 바흐)

 

많은 창조적인 사람들이 한결같이 주장하는 바가 연극 경험은 감정이입적 상상력을 촉발하고 증진시켜준다는 것이다.

 

위에 언급한 모든 사례들은 우리가 '자신'이 아니고 '자신이 이해하고 싶은 것'이 될 때 가장 완벽한 이해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려면 유용하면서 다양한 모형을 만들어봐야 한다.

 

실제로 우리는 놀이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하지만 '놀기'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우리는 하나의 생각도구가 다른 생각도구에 영향을 주거나 작용하는 식으로 여러 가지 생각도구를 연속적, 혹은 동시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일컬어 변형, 혹은 변형적 사고라고 부른다.

 

아는 것은 수동적인 것이며, 이해한다는 것은 앎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것이다(올더스 헉슬리)

 

진정한 학습이란 통합을 목표로 지성과 육체와 정신을 연마하는 것이다(발터 그로피우스)

 

저자는 전인을 길러내는 통합교육을 강조한다. 창조적인 인물은 일과 취미를 조화시킨다고 주장한다. 전문가가 아니라 전인이 되라고 강조한다. '모든 것'이 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되지 못한다면서. 자녀교육과 창조성에 관심 있는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2008. 5. 5. 부산에서 자작나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