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소설)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중에서

자작나무의숲 2007. 7. 17. 19:43

2006. 6. 20. 읽은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중에서 인상 깊은 대목은 다음과 같다.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 뒤에는, 아이 때부터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폭력을 휘두른 어른들이 있어요.

 

어릴 시절에 학대받은 사람들의 뇌 사진을 찍어 보면 거의 다 뇌가 5 내지 10 퍼센트 정도는 망가져 있는거야......그렇게 파괴된 뇌로는 충동에 대한 조절을 도저히 할 수가 없어.  

 

주위의 모든 사람이 진흙 같은 빵 한 조각 때문에 투쟁할 때 고상한 즐거움을 누리는 게 옳다고 할 수 있을까?(크로포트킨)

 

세상은  행위만을 판단하니까요. 생각은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도 없고 들여다볼 수도 없는 거니까요. 죄와 벌이라는 게 과연 그렇게나 타당한 것일까. 행위는 사실일 뿐, 진실은 늘 그 행위 이전에 들어 있는 거라는 거, 그래서 혹여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진실이라는 거.....

 

전방 부대에 근무할 때 자신은 정보부 장교였는데 DMZ에 들여 보내서는 안 될 병사의 조건 1번이 어머니가 없는 자였어 라는 말을 한 것이 기억 났다. 그 모든 어머니는 결국, 사랑의 다른 이름이리라.

 

그래도 검사를 부끄럽지 않게 했던 것은 누군가는 악역을 맡아야 한다는 거, 그래야 정말 착한 사람들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거......정의라는 게 있다는 거, 나쁜 짓 하면 돈이 있어도 백이 아무리 세도 안 되는 것도 있다는 것, 그런 거 보여주려고 여기서 버틴 거야./ 정말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성폭력 피해자인 내가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이었다.

 

문득 단풍은 사실 나무로서는 일종의 죽음인데 사람들은 그걸 아름답다고 구경하러 가는구나  싶었어요......저도 생각했죠. 이왕 죽을 김에, 단풍처럼 아름답게 죽자고. 사람들이 보고 참 아름답다, 감탄하게 하자고.

 

교도소에 들어올 때 인간도 아니었던 사람들, 이렇게 천사가 되고 나면,.....죽이네요.....

 

사랑 받아본 사람만이 사랑할 수 있고, 용서 받아본 사람만이 용서할 수 있다는 걸......알았습니다.

 

나는 항상 이것만은 말하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틀림없다고 확신하는 것은

우리들은 언제나 어려움에 의지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어려운 쪽이 바로 우리들의 몫이지요(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사형수들은 미사 중에 나와 함께 빵을 나누었고, 나를 많이도 울렸으며, 결국 그들이 사형수이든 작가이든 어린 아이이든 판사이든, 인간에게는 누구나 공통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며 실은, 다정한 사람과 사랑을 나누고 싶어한다는 것, 그 이외의 것은 모두 분노로 뒤틀린 소음에 불과하다는 것, 그게 진짜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공지영은 누구인가?

공지영의 글은 쉽게 읽히는 것이 장점이자 불만이라고 황석영은 말한 바 있다. 공지영은 '인간에 대한 예의', '고등어' 같은 소설에서 결코 가볍지 않는 주제를 결코 무겁지 않은 문체로 그려 내는 능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책은 사형수의 이야기다. 사형수를 사랑하는 어떤 여교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녀는 4촌 오빠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고 몇 회에 걸쳐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 삶에  열정이 없었다. 어느날 수녀인 고모를 따라 교도소에 봉사활동하러 갔다가 사형수인 정윤수를 만나고 만남이 거듭되면서 그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주인공 윤수가 많은 사람의 사랑으로 다시 태어자 사형이 집행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가슴 깊은 곳에서 이름 모를 슬픔과 끝을 모를 혼란이 밀려온다).

 

         2007. 7. 17. 부산에서 자작나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