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소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7. 6. 7. 21:07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를 읽었다. 냄새를 통하여 세계를 지배하려는 주인공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의 이야기다. 18세기 프랑스에서 일어난 이야기다. 그르누이는 미혼모가 시장터에서 일하다가 낳은 아이다. 미혼모는 그르누이를 유기했다는 점으로 재판을 받아 참수된다.

 

그르누이의 기구한 운명은 여기서 그치지 아니하고, 수도원의 지원으로 아이를 양육하게 된 유모 잔느 뷔시조차도 그르누이에게서 아이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양육을 거절한다.

 

그루누이는 여섯 살이 되었을 때 후신경을 통하여 주변의 모든 사물들을 완전히 파악했다. 그런 재능을 이용하여 무두장이의 조수, 향수제조업자 주세페 발디니의 도제로 일하게 되는데, 그 과정을 통하여 그는 향수제조법에 더욱 정통하게 된다. 

 

무두장이의 조수로 일하는 중 향기를 찾아 나섰다가 향기의 근원이 아름다운 처녀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단지 그 향기를 들이마시기 위하여 살인을 저지른다. 그녀의 가장 좋은 것을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것은 바로 향기의 법칙이었다.

 

7년 간의 동굴생활을 마치고, 그는 자신에게 결핍되어 있는 인간의 냄새를 만들려는 계획에 착수한다. 그가 생각하는 인간의 냄새를 뭉뚱그려 말하면 대체로 땀과 기름 그리고 시큼한 치즈가 섞인 것 같은 냄새였다.

 

냄새를 지배하는 자, 바로 그가 인간의 마음도 지배하게 된다는 인식하에, 향기를 통하여 세계를 지배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그를 우러러 보게 하겠다는 그르누이의 야망은 향수의 도시 그라스에서 아르뉠피 미망인이 경영하는 향수작업실을 중심으로 그 실체를 드러낸다. 

 

아주 드물지만 사람들에게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사람들의 냄새를 채취하기 위하여 아름다운 처녀를 죽이고, 그녀의 몸과 머리카락에서 향기를 채취하고 이를 이용하여 향수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한다. 그 과정에서 무려 25명의 처녀들이 희생된다. 

 

그는 살인범으로 기소되어 사형판결을 선고 받고 사형집행을 받으러 1만 명이 운집한 처형장으로 가는데, 그곳에서 기적이 일어난다. 관중들이 그르누이의 특별한 향수에 취하여 그르누이가 살인마일리 없다는 확고한 믿음에 사로잡힌 일이 일어난다. 마지막으로 살해된 처녀의 아버지인 리쉬조차도 그르누이에게 아들 같은 정을 느낀다. 사형선고는 무효로 되고 모든 증인들이 자신들의 진술을 번복한다. 그르누이는 자유를 찾고 대신에 같은 향수작업실에 일하던 도미니크 드뤼오가 고문 끝에 살인죄를 자백하고 처형된다.

 

그르누이는 향수를 가지고 이노셍 묘지에 가는데, 그곳에 있는 식인종들이 향수에 이끌려 칼로 그루누이를 잘라 먹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이 책에는 18세기 프랑스에서 향수를 만드는 과정이 섬세하게 소개되고 있다. 방향물질은 酒精 속에 용해된다는 사실, 물질로부터 향기를 얻어 내는 방법에 압착과 증류, 데워서, 차게 해서, 기름을 이용해서 향기를 얻는 법이 있다.

 

이 책에서 인상 깊은 대목은 다음과 같다.

 

인간의 불행은 자신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곳 즉 자신의 영역에 더 이상 머무르지 않으려고 하는 데서 비롯되 것이다. 파스칼이 그렇게 말했었지.

 

그르누이가 인생에서 뭔가 감동이라는 것을 맛본 적이 있다면 바로 물과 수증기, 그리고 골똘히 빼앗는 이 과정에서였다. 향기의 영혼인 휘발성의 향유가 그 중에서도 가장 근사한 것으로, 그것이 그의 유일한 관심사였다.

 

그가 원하는 것은 자신의 내면 세계를 보여 주는 것이었다. 외부 세계가 그에게 제공하는 그 어떤 것보다 자신의 내면이 훨씬 더 놀랍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빠져 나오고 싶어한 것은 그냥 세상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낙 그것은 세상이 아니었다. 바로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이란 멍청하기 이를 데 없어서 코는 숨쉬는 데에만 이용할 뿐 모든 것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믿고 있으니 말이다.

 

 작가가 뭘 말할려고 하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었다. 어쨋거나 향기에 관한 작가의 묘사가 유례가 없이 정밀한 것임은 틀림 없다.

 

     2007. 6. 7.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