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추천)

노인과 바다 등

자작나무의숲 2007. 4. 15. 20:09

중앙대학교 영문학과 최홍규 교수가 번역한 헤밍웨이 걸작선을 읽었다. 이 책에는 노인과 바다, 킬리만자로의 눈 두편이 들어 있었다.

 

노인과 바다는 멕시코 만류에서 작은 고깃배를 타고 홀로 고기잡이를 하는 노인 산티아고의 이야기다. 그는 처음에 소년과 함께 고기를 낚는 어부였으나 고기 한마리 낚지 못하는 날이 40일이나 계속되자, 소년이 그 부모의 요구에 따라 다른 배를 타게 됨에 따라, 그 이후 홀로 고기잡이에 나서게 된다.

 

노인은 고기 한마리 낚지 못하는 날이 84일이나 계속되자 주위 사람들은 이제 노인이 살라오(Salao) 즉, 운이 나빠 최악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말하게 된다. 노인이 날마다 빈 배로 돌아오는 걸 보게 되는 것이, 소년은 무엇보다 가슴이 아파 다른 배를 타게 된 이후에도 늘 노인을 맞이하러 가곤햇다.

 

노인은 85일째 되는 날 대양 한가운데로 노를 저어 나가게 되었고 낚시줄에 어선보다 2피트 더 큰 Marlin이 걸려든다.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사흘 밤, 낮에 걸친 사투끝에 고기를 어선에 매달아 항구로 돌아온다. 그런데, 이제는 죽은 고기의 피 냄새를 맡고 상어떼가 달려든다. 죽을 힘을 다해 상어떼와 맞서 싸우나 결국 잡은 고기는 뼈만 남긴 채 모두 상어떼에게 빼앗기게 된다. 노인은 망신창이가 되어 집으로 돌아와 깊은 잠에 빠져든다. 소년은 매일같이 노인의 오두막집에 들러다가 노인이 몇 일만에 뼈만 앙상한 고기를 끌고 돌아온 사실을 알고 주체 없는 눈물을 흘린다.

   

노인의 인상 깊은 대사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녀석은 한 바퀴 돌고는 삼켜 버릴 거야,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노인은 이 같은 예감을 입 밖에 내서 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뭔가 좋은 일은, 말해 버리고 나면 대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노인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녀석아, 나는 마지막까지 견딜 수 있단다. 그러니까 너도 끝까지 견뎌야만 한다.

 

그러나 인간은 패배하도록 태어난 것은 아니다. 인간은 죽을 수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다.

 

희망을 버린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 뿐만 아니라 그건 죄라고!

 

킬리만자로의 눈은 자전적 소설이다. 제1차 세계대전, 스페인 내전 참전, 참전 중 중상, 네번의 결혼과 세번의 이혼, 아버지에 이어 자살로 마감한 헤밍웨이의 인생이 소설 곳곳에서 암시하듯 배어난다. 주인공 해리는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미국의 중견작가인데 아프리카 수렵 여행 도중 다리가 가시에 긁힌 것이 악화되어 죽음을 눈 앞에 두게 되는데, 그 때 전쟁이며, 낚시, 화려했던 도시생활, 파경에 이른 결혼생활 등을 회상한다.

 

놀라운 것은 킬리만자로의 눈이 쓰여진 것은 헤밍웨이가 37세였던 1936년인데도, 그의 남은 인생이 예언처럼 묘사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는 62세에 엽총으로 자살한다.  

 

노인과 바다, 킬리만자로의 눈 2편 모두 동전의 양면인 삶과 죽음에 대하여 노인의 눈으로, 중견작가의 눈으로 그려내고 있다. 삶과 죽음에 대하여 근원적인 질문을 하고 있는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2007. 4. 15. 부산에서 자작나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