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추천)

토마스 S.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중에서

자작나무의숲 2007. 5. 2. 21:46

1999. 8. 6. 읽은 토마스 S. 쿤의 '과학혁명구조' 중에서 음미해볼 만한 대목은 다음과 같다.

 

나의 견해로는 문제들에 관한 이들 세 가지 유형-의미 있는 사실의 결정, 사실의 이론에의 일치 그리고 이론의 명료화-은 실험적 및 이론적 과학의 양쪽에서 정상과학 문헌을 거의 전부 차지하는 것 같다.

 

나는, 규칙은 패러다임으로부터 파생되지만 그러나 패러다임은 규칙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조차도 연구의 지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제안한다.

 

패러다임은 발견될 수 있는 규칙들의 개입이 없이도 정상과학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한계 또는 그 비슷한 여러 한계 내에서 발견의 시기를 잡으려는 시도는 어쩔 수 없이 임의적일 수밖에 없는데, 그 까닭은 새로운 종류의 현상을 발견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복합적 사건으로서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과 그것이 무엇인가를 둘 다 확인하는 것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상의 감지는 새로움을 인지하는 길을 여는 데 필수적인 구실을 했다.

 

각 경우에서 새로운 이론은 정상적 문제-풀이 활동에서의 현저한 실패를 본 후에야 비로소 출현했다.

 

기원 전 3세기에 아리스탈쿠스에 의해 코페르니쿠스 식의 태양중심체계가 이미 제안되었던 경우이다...... 아리스탈쿠스의 제안이 이루어졌을 당시에는 압도적으로 더 합리적이었던 지구중심체계는 태양중심 체계가 혹시라도 만족시켰을지도 모를 부족함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하나의 패러다임을 거부하는 결단은 언제나 그와 동시에 다른 것을 수용하는 결단이 되며, 그 결정까지로 이끌어가는 판단은 패러다임과 자연의 비교 그리고 패러다임끼리의 비교 두 가지를 포함한다.

 

거의 예외 없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이러한 근본적 창출을 이루어낸 사람들은 아주 젊다든가 아니면 그들이 변형시키는 패러다임의분야에 아주 새롭게 접한 사람들이다.

 

사람이 무엇을 보게 되는가는 그가 바라보는 대상에도 달려 있지만, 이전의 시각-개념상의 경험이 그에게 무엇을 보도록 가르쳤는가에도 달려 있다. 그러한 훈련이 없는 상태에서는 윌리엄 제임스의 표현처럼 '꽃이 피고 벌이 윙윙거리는 혼동'만이 존재할 수 있을 뿐이다.

 

옛 대상을 옛 기기로 관측하면서 천문학자들이 그토록 쉽고 빠르게 새로운 것들을 보았다는 사실은, 코페르니쿠스 이후의 천문학자들이 전과는 다른 세계에 살게 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이전과 똑 같은 무수한 대상들을 마주 대하면서 그리고 그렇게 변함 없는 대상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과학자는 대상들의 세부적인 것의 여기저기에서 속속들이 그 대상들이 변형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런 해석 작업은 패러다임을 정련시켜 줄 수 있을 뿐 수정하지는 못한다.

 

패러다임의 새로운 대안이 부상했을 때라고 할지라도, 과학자들은 두 종류의 매우 중요한 조건들이 합치되지 않는 한 그것을 수용하기를 꺼릴 것이다. 첫째, 새로운 패러다임의 대안은 여타의 방식으로는 대처될 수 없는 두드러지고 일반적으로 인정된 문제를 해결하는 듯이 보여야 한다. 둘째, 새로운 패러다임은 그 선행 패러다임들을 통해 과학에 조성되었던 구체적인 문제해결 능력의 상당히 큰 부분을 보전하리라 기약되어야 한다.

 

이 책에서 반가움과 만족스러움을 느낀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던 까닭은 이 책이 과학에 대해 밝히는 것보다는 과학 이외의 많은 여타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서 이 책의 주요 명제들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시절 토마스 S. 쿤은 사회과학자들 사이에서 그 분야의 주제나 방법의 본질에 관한 공공연한 논란이 빈번한 것에 충격을 받았고, 자연과학자들의 과학활동에서 그런 종류의 근본적 문제들에 관한 논란이 덜하다는 사실과의 차이를 바로 과학연구에서의 패러다임의 역할이라고 인식하게 된 것이다.

 

토마스 S. 쿤은 과학혁명을 정치혁명에 비유하면서, 정치혁명의 목적은 기존 제도를 파괴하는 방법을 통해 정치적 제도를 개혁하는 것이므로 정치에 의존하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과학혁명에서도 경쟁하는 패러다임 사이의 선택은 양립불가능한 생활 양식 사이의 선택이며 논리적으로 설득될 수 없는 성격이라고 본다.

 

(토마스 S. 쿤은 누구인가?

하버드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1943년 동 대학 최우수 졸업을 하였다. 버클리대학, 프리스턴대학 교수를 거쳐 MIT의 언어학 및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였다. 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저서를 통하여 20세기 후반의 현대사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학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을 창안하였다).

 

       2007. 5. 2. 부산에서 문형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