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경제경영)

손정의, 오가노리오의 '감성의 승리'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7. 4. 8. 19:07

손정의(孫正義), 오가 노리오의 '감성의 승리'를 읽었다.  소프트뱅크 회장 손정의와 소니 회장 오가 노리오가 감성을 주제로 나눈 대담을 사토 세이추가 정리한 내용인데, 한국경제신문사 사장을 지낸 이규행님이 번역하였다. 1997년에 발행된 책으로 지금은 절판된 것인데, 강재현 전 경남지방변호사회 회장이 창원지방법원을 떠나는 나에게 선물로 주었다. '재판의 출발이자 마지막은 사람에 대한 애정이라 생각합니다. 전별하는 개인적 아쉬움을 동봉하는 2권의 책으로 대신합니다'는 메세지와 함께

 

이 책은 기업에 있어서든,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있어서든, 가장 중요한 것은 뛰어난 감성이라고 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하여, 세계적인 소니를 이끌고 있고 음악가의 감성도 탁월한 오가 회장과 업계의 풍운라라는 찬사를 받으며 새로운 시대의 감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손정의씨가 감성을 주제로 여러 차례에 걸쳐 대담을 나눈 내용이다.

 

제1차혁명은 농업혁명으로, 제2차혁명은 산업혁명으로, 기본적으로는 어떻게 하면 먹을 수 있느냐가 문제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인류 이외의 모든 동물, 생명체와 똑같은 차원의 문제였다면, 제3차혁명인 디지털 정보혁명은 두뇌 혁명으로 종래의 변혁보다도 훨씬 부가가치가 큰 혁명이고, 이러한 대혁명, 대변동기의 지도자에게는 어느 혁명기 이상으로 뛰어난 감성이 필요하다고 손정의회장이 강조한다. 감성을 닦는다는 것이 논리를 버리는 것은 아니고, 대단히 높은 차원에서 감성과 논리가 균형을 유지하여야 한다고 설명한다. 감성이 논리를 끌어내고 논리 추구에 에너지를 부여하는 것이지 결코 한쪽을 버리는 것이 아님을 확인한다.

 

손정의 회장은 감성의 뿌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억지로 강요하고 시키기보다 칭찬해서 기분 좋게 만들어주면, 그 쾌감이 자극이 되어 더욱 노력하자, 상대를 기쁘게 해주자 하는 자세를 취하게 되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면서 어릴 적에 아버지로부터 늘 칭찬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린다.

 

재일교포 3세로 태어나 오래토록 한국 국적을 유지하다가 여권 만들기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일본 국적을 취득하면서도 어렵게 손이라는 성을 고수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법을 어기지 않는다. 법에는 항상 따른다. 법의 정신을 존중하지만 방법은 유연하게 대처한다. 어긋난 짓은 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신조를 밝힌다.

 

오가 노리오 회장은 심장 수술을 받은 이후 3주 휴가를 얻어 가루이자와에서 내내 잠을 잠으로써 건강을 회복했던 경험을 제시하면서 '모든 건강의 근간은 수면에 있다'고 강조하고 하루에 6시간 30분 이상 수면할 것을 권고한다.

 

손정의 회장은 26살 때 B형 간염에 걸려 간경변 직전 상태까지 갔다가 3년 6개월에 걸친 치료 끝에 극적으로 건강을 회복했던 과정을 통하여  '궁극의 자기 만족을 위한 인생, 즉 뒤에서 기뻐해 주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남은 인생을 보낸다면 더 이상 행복한 일은 없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손정의 회장은 소프트뱅크 창업을 하는 단계에서 최후로 결정을 내리게 한 요인으로, 첫째 자신이 최소한 50년 동안 싫증내지 않고 그 일에 깊은 관심을 가질 수 있느냐 하는 점, 둘째 그 일이 시대의 흐름에 맞느냐 하는 점, 셋째 그 분야에서 최소한 일본에서 첫째가 될 수 있는 사업이냐 하는 점을 든다.

 

오가 회장은 '사장이 기술을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신기술이나 소프트웨어를 포함해서 경영 전반에 걸쳐 후각이 있어야 하지요'라고 말하며 이데이 상무를 사장으로 발탁한 배경을 설명한다. 이어서 CEO의 세가지 조건을 국제감각, 경제에 대한 안목, 기술에 대한 이해로 정리한다.

 

손정의 회장은 M & A의 큰 이점으로 기술혁신의 속도가 빨라진 환경에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을, M & A의 가장 좋은 방책으로 원만히 함으로써 상대방도 자신도 상처을 입지 아니하고 쌍방의 병력을 통합하는 것임을 꼽는다.

 

오가 회장은 28살에 소니의 부장이 된 이후 부하 직원들 위에 설 수 있었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제 아이디어로 비즈니스가 성공하면 부하 직원은 저절로 따라옵니다'고 조언한다.

 

오가 회장은 채용할 때 학력은 일절 보지 않고, 사업부나 관련 회사라도 좋으니까 그 직장에서 공헌을 한 사람이 아니면 임원이 될 수 없다는 소니의 사풍을 이야기한다. 

 

손정의 회장은 사내 조직을 10명 이하의 팀으로 나누어 각각의 팀을 Virtual Company(가상기업)이라고 생각하고 독립채산제를 채용하는 방식을 소개한다. 정보를 모두 공개해서 이익을 올린 팀에게는 특별한 성과급을 주고, 업적이 떨어져 자금 융통이 막힌 팀은 해체한다는 것이다. 인원이 10명 이하면 회사 경영의 변화를 손에 잡힐 듯이 알 수 있기 때문에 팀제를 도입했다고 한다. 

 

손정의 회장은 학교 공부의 문제점으로 지혜보다 지식에 치중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문제를 받은 시점에서 대답이 한정되어 버립니다. 사실 문제는 부여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지요. 세상 어딘가에 문제가 있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면 새로운 것이 태어나는지 찾아내야 합니다'는 경구를 들려준다. 

 

손정의 회장은 발명에는 세가지 패턴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나는 문제 해결법 즉, 어떤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해결하면 된다는 것이고, 둘째 수평적 사고법 즉, 둥근 것을 사각으로 해본다든지, 하얀 것을 빨갛게 해본다든지, 어쨌든 다른 방면으로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며, 셋째는 조합법 즉, 예를 들어 라디오와 카세트를 조합하면 카세트 라디오가 되는 식이다. 이 세가지 중에서 가장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조합법이다.

 

손정의 회장은 역사 속의 인물 중 사카모토 료마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사카모토 료마는 서른셋의 나이에 생애를 마감했지만 그 짧은 생애 동안 300년이나 이어진 도쿠가와 시대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뿌리째 뒤집었다고 평한다.

 

1997년에 발간된 책이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다. 감성의 승리가 어디 기업에만 한정되겠는가?

 

         2007. 4. 8.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