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경제경영)

제프리 D. 삭스의 '빈곤의 종말'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7. 4. 1. 12:47

제프리 D. 삭스의 '빈곤의 종말'을 읽었다. 우선 제프리 D. 삭스는 국제금융,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탁월한 연구업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경제학자로서 하버드대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29세에 하버드대학교 최연소 정교수가 되었으며 현재는 콜럼비아대학교 지구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그는 볼리비아의 대통령 자문관을 지낼 당시 인플레이션을 4만 퍼센트에서 10퍼센트로 끌어내린 전력으로 유명하고, 1997년 동아시아 위기가 기본적인 경제체질보다 국제자본의 급격한 이동이 빚은 일시적 혼란이라는 시각으로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 IMF가 내린 고금리 처방을 강력히 비판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 책의 제목 '빈곤의 종말(the end of poverty)'도 미국의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1989년경 사회주의 진영의 붕괴를 보며 자본주의의 승리에 도취해 자본주의가 역사의 최종단계에 해당한다는 의미에서 썼던 '역사의 종말(the end of  history)'를 다분히 의식해서 지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삭스 교수는 1인당 하루 1달러의 소득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극단적 빈곤의 인구 수를 정하는 바에 따라 2001년 현재 전 세계의 극단적인 빈곤의 인구가 11억 명에 이른다는 세계은행의 통계를 인용한다.

이러한 극단적인 빈곤을 2015년까지 그 절반으로 줄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유엔 밀레니엄발전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열망과 그 처방을 이 책에서 제시한다. 특히 그는 극단적인 빈곤을 줄이는 방법에 관하여 이론적으로 제시할 뿐만 아니라 그가 경제자문관으로서 볼리비이, 폴란드, 러시아, 중국, 인도에서 했던 경험들을 소개한다.

 

삭스 교수는 착취가 아닌 앞선 기술이 부유한 세계의 소득을 장기적으로 증가시킨 주된 배후요인이고, 경제발전이란 어느 일부의 승리가 다른 일부의 패배를 대가로 하여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이길 수 있는 게임이라고 주장한다. 삭스 교수는 반지구화 정책에 동의할 수 없음을 명백히 하면서 반지구화 운동은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의 가능성에 대해 너무 비관적임을 지적한다. 그러면서도 지구화 정책이 가지고 있는 함정을 누구보다 더 선명하게 폭로하였다. 특히 다국적 기업들은 '시장의 게임 규칙'을 지키면서 주주의 부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어서 그는 최빈국들의 핵심적 문제는 빈곤 그 자체가 함정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빈곤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외부에서 원조할 필요가 있음을 제안하고 그 방법을 임상경제학의 관점에서 제시한다.

 

삭스 교수는 1985년 볼리비아 대통령의 경제자문관으로서 연간 4만 퍼센트에 이르던 초인플레이션을 10퍼센트대로 안정화시키는데 기여한다. 그리고 볼리비아가 부채탕감을 받을 수 있도록 주요 상업은행 채권자들과 협정을 맺는데 기여한다.

 

삭스 교수는 1989년 폴란드가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도 관여한다. 소비에트 시대의 부채에서 해방되는 과정에서, 독일의 콜 수상에게 '제2차 세계대전 승전 연합국들이 세계대전 이전 부채를 탕감시킴으로써 독일민주연방공화국이 상큼한 출발을 할 수 있도록 한' 런던협정 요약문을 제시하도록 함으로써 콜 수상으로부터 부채 150억 달러를 탕감받게 해준다. 폴란드가 서유럽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점에 착안하여 유럽시장으로 복귀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개혁방안을 제시한다.

 

삭스 교수는 1992년 러시아의 경제자문관 역할을 맡게 되는데, 서방의 비협조로 부채탕감 또는 루블화 안정화기금에 대한 대외원조를 받지 못했음에 크게 실망하고, 러시아의 사유화 과정을 파렴치하고 범죄적인 활동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한다.  거대한 땅덩어리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라는 점과 생육기가 짧고 때로는 곡물이 전혀 자랄 수 없는 기후를 지닌 고위도 국가라는 점에서 지리적 특징을 포착하여 도시생활과 국제교역에 의존하는 분업이 사회행활을 지배적 특징이 될 수 없음에 안타까워 했다.

 

삭스 교수는 중국경제를 심층적으로 연구하는 중국인 학자들 모임인 중국경제학자협회의 고문을 맡으면서 중국경제에 대한 감별진단을 하게 되는데, 중국의 경제성장을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즉, 식량부분의 급진적인 시장개혁 및 농업생산의 폭발적인 증가와 함께 개혁을 시작할 수 있었던 점, 대외무역에서 신속한 개방을 펼쳐 공업투자를 촉진할 지역을 선별하고 공업화의 핵심 중심지역들을 발전전력 기지로 사용한 점, 국영기업 부분에서 점진적인 개혁을 선택한 점이 그것이다. 향후 몇십 년 동안 중국이 직면할 결정적 난제는 정치개혁이 될 것임을 전망한다. 일반적으로 경제발전이 일어나면 민주화와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증대화 한다는 점, 중앙집권적 기구들은 분권적이고 다양한 시장경제 및 시장기반 사회의 역동성과는 양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삭스 교수는 1994년 이후 강연이나 경제자문의 형태로 인도의 시장개혁과정에 참여한다. 인도총리 싱의 첫 번째 개혁조치는 국제무역과 투자에 가장 방해가 되는 관료적 제한을 끝내는 일이었다. 인도가 새로운 IT 가능성들을 활용할 능력을 갖게 된 것은 인도기술학교에 대한 장기적 투자 결과였다.

 

삭스 교수는 임상경제학자답게 아프리카 경제성장의 적으로 질병을 꼽는다. 특히 말리리아와 AIDS의 퇴치야말로 아프리카 경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임을 지적하고 대외원조를 강력히 호소한다. 아프리카의 불리한 지리와 극단적 빈곤의 결합은 가장 심각한 빈곤함정을 만들어냈다고 단언한다.

 

삭스쿄수는9.11 테러에 대한 대응은 한 개가 아니라 두 개의 경로로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면서 이라크 전쟁에 대하여 비판한다. 즉, 9.11 사건을 일으킨 테러 조직을 무력화시킬 과제는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아니하고, 세계 경제의 주변에머무르면서 테러리즘의 온상이 되고 있는 나라에 대한 경제발전을 도와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삭스 교수는 빈곤에서 자본축적으로 가는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것 즉, 극단적 빈민들이 발전의 사다리에 발을 올려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가장 기본적 수준에서 빈곤을 끝내기 위한 열쇠임을 강조한다. 말하자면, 빈곤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해외원조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특히 비교적 잘 통치가 되는, 부패한 나라에 가까이 위치한 다른 나라들을 도와주는 것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어서 그는 유엔밀레니엄프로젝트와 빈곤의 종말을 위해서는 수헤자 1인당 110달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선진국 국민 총생산의 0.7%를 지출하기로 약속한 '밀레니엄도전예산'만 이행해도 가능하다는 점을, 자세한 수치를 동원하여 설명한다.

 

뛰어난 경제이론이 돋보이고, 역사, 지리, 의료 등 다방면에 걸친 자료와 풍부한 현장경험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빈곤의 종말에 대한 그의 끊임없는 추구에 저절로 존경심이 우러나게 하는 책이다. 쉬우면서도 결코 모자라지 않는 이 책이 많은 이들의 애독서가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마지막으로 삭스 교수가 우리 세대의 할 일을 계몽주의 관점에서 정의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부족한 이 글을 마친다.

 

피통치자들의 합의에 기반을 두고 인간복지를 향상시킬 정치 시스템을 조성해 나간다.

과학, 기술, 분업의 편익을 세계 모든 곳으로 확산시킬 경제 시스템을 조성해 나간다.

영구 평화를 확보하기 위해 국제협력을 조성해 나간다.

인간적 합리성에 기반을 두고 인간 조건의 지속적인 개선 전망을 가열시킬 과학과 기술을 향상시켜 나간다. 

 

        2007. 4. 1. 부산에서 문형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