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기타)

홍대용의 '의산문답'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7. 4. 7. 21:16

홍대용의 '의산문답'을 읽었다. 홍대용은 개혁을 꿈꾼 과학사상가로서 동양인 최초로 지구가 하루에 한 번씩 자전한다는 지전설을 주장한 사람이다. 이숙경, 김영호 선생이 홍대용의 의산문답을 번역하고 상세한 해설을 덧붙였다.

 

이 책에서는 허자와 실옹이라는 가상의 인물이 문답하는 형식을 취하여 홍대용의 사상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그는 사람이나 동물, 식물이 다를 것 없다는 점, 지구는 둥글고 자전한다는 점,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는 점, 상대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문화적으로도 중국의 문화가 우수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주장한다.

 

특히 사농공상에 관계없이 놀고 먹는 자에 관해서는 관에서 벌칙을 마련하여 세상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여야 한다는 주장에 이르러서는 개혁사상가다운 면모를 여지 없이 드러낸다.  그리고 그는 지구(땅)가 둥글다는 증거로 여러 가지를 제시하는데, 그 중 하나로 땅이 해를 가릴 때 월식이 되는데, 가려진 모습이 둥근 것은 땅의 모습이 둥글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기도 한다.

 

'군자는 도를 논하다가 이치에 맞지 않으면 곧바로 잘못을 인정하지만, 소인은 도를 논하다가 말이 딸리거나 옹색해지면 이내 꾸매댄다'며 허자로 대표되는 당시의 성리학자들을 비판한다.

 

'하늘을 이고 땅을 밟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지역에 따라 다 그러하니, 옆쪽의 세계도 없고 반대쪽의 세계도 없이 모두 똑같은 정기준의 세계이다'고 말함으로써 중화사상을 비판한다.

 

'지구는 해와 달의 중심은 될지언정 금성, 수성, 목성, 화성, 토성의 중심은 될 수 없다. 또한 태양은 금성, 수성, 목성, 화성, 토성의 중심은 될지언정 뭇 별들의 정중심은 될 수 없다. 태양도 정중심이 될 수 없는데 하물며 지구가 정중심이 될 수 있겠는가'라며 당시 성리학자의 우주관을 비판한다.

 

일식과 월식은 자연현상일 뿐 음양의 조화란 없다면서 음양오행설을 비판한다.

 

낮과 밤, 여름과 겨울에 대하여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면서 설명하는데 1731년에서 1784년까지 살다 간 과학자의 예지를 읽을 수 있다.

 

홍대용이 가장 이상적인 사회라고 생각한 것은 요순시대였다. 임금이 솔선수범하여 백성들과 함께 편안하게 살아가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다.

 

홍대용은 과거가 아닌 음직으로 44세에 관직에 나갔는데, 자신에 대하여 '오직 공평하고 청렴한 것으로 위엄을 낳으면서 해이하게 일을 버려두지 않았으니, 다만 이것이 내 벼슬살이의 치적이겠습니다'라고 평한 것이 눈에 띈다.

 

개혁을 꿈꾼 과학사상가 홍대용의 고뇌를 읽기에 소중한 자료이다.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

 

         2007. 4. 7. 부산에서 문형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