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암송

브레히트의 '연기'

자작나무의숲 2007. 2. 1. 09:35

                           연기

                             -브레히트

 

호수 가 나무들 사이에 자그마한 집.

지붕에선 연기가 피어 오른다.

연기마저 없다면

집과 나무와 호수는

그 얼마나 삭막할 것인가.

 

(고 김남주 시인이 그토록 존경하고 닮고 싶어했던 브레히트의 시에는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브레히트의 시 '민주적인 판사'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미국 시민권을 따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심사하는 판사 앞에 선 이탈리아의 한 식당 주인이 영어를 잘 몰라 보칙 제8조의 의미에 대하여, 남북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에 대하여, 대통령의 임기가 몇 년이냐는 질문에 똑 같이 1492년이라고 답변함으로써 탈락하자, 판사는 이탈리아 식당 주인이 새 언어를 배울 수 없음을 알아차리고 4번째 심사 때는 아메리카가 언제 발견되었느냐는 질문을 하였고, 그 사람이 1492년이라고 정확하게 답변하자 시민권을 취득하게 하는 내용이다.  

 

'좋지 않은 시대의 사랑 노래' 

 

우린 서로 마음이 통하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잠자리를 같이 했다.

서로를 껴안고 누워 있을 때

우린 달보다 먼 타인을 느꼈다.

 

만약 오늘 시장에서 만났더라면

우린 서로 몇 마리 생선을 놓고 다투었을 것이다.

서로를 껴안고 누워 있을 때

우린 서로 마음이 통하는 사이는 아니었다

 

음미해볼만한 시다.

2007. 2. 1. 창원에서 문형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