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암송

김남주의 '사랑은'

자작나무의숲 2007. 2. 2. 20:39

                         사랑은

                         -김남주

 

겨울을 이기고 사랑은

봄을 기다릴 줄 안다

기다려 다시 사랑은

불모의 땅을 파헤쳐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리고

천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한 그루 나무를 심을 줄 안다

 

사랑은

가을을 끝낸 들녘에 서서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가질 줄 안다

너와 나와 우리가

한 별을 우러러보며.

 

(이 시를 처음 읽고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른다. 특히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가질 줄 안다' 이 구절에서

감탄을 했던 기억이 난다. 남는 사과 남 주는 게 아니라

자기가 먹을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가질 줄 아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김남주 시인은 이 세상에 없지만 그가 남긴 시는 내 가슴 속에 이렇게 살아 있다.

 

2007. 2. 2. 창원에서 자작나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