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암송

김남주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자작나무의숲 2007. 2. 2. 20:30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김남주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함께 가자

앞서가며 나중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

뒤에 남아 먼저 가란 말일랑 하지 말자

둘이면 둘 셋이면 셋 어깨동무하고 가자

투쟁 속에 동지 모아 손을 맞잡고 가자

열이면 열 천이면 천 생사를 같이하자

둘이라도 떨어져서 가지 말자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여차 넘어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여차 건너무자

고개 너머 마을에서 목마르면 쉬었다 가자

서산낙일 해 떨어진다 어서 가자 이 길을

해 떨어져 어두운 길

네가 넘어지면 내가 가서 일으켜주고

내가 넘어지면 네가 와서 일으켜주고

산 넘고 물 건너 언젠가는 가야할 길 시련의 길 하얀 길

가로질러 들판 누군가는 이르러야 할 길

해방의 길 통일의 길 가시밭길 하얀 길

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김남주 시인의 '사랑의 무기'라는 시집에 실린 시이다. 이 시를

가사로 하여 노래가 만들어졌고, 그 노래가 1989년 전후로 많이 불리어진 것으로  기억된다. 김남주 시인이 남민전 사건으로 구속되어 1988년 가석방되었고, 이 시집은 1989년 발행되었다. 김남주 시인은 그 후 얼마 살지 못하고 암으로 사망하였다. 그의 시는

섬뜻한 내용이 많지만 다음과 같이 부드러운 것도 있다.

 

옛 마을을 지나며

 

찬 서리

나무 끝을 날으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이 시집 속에는 안치환이 곡을 붙인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도 들어 있다. 어쨌거나 김남주 시인의 사상을 동의하건 말건간에, 그를 포옹하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과거가 안타까울 뿐이다.

 

            2007. 2. 2. 창원에서 자작나무 올림)

'시 암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상병의 '귀천'  (0) 2007.02.03
김남주의 '사랑은'  (0) 2007.02.02
브레히트의 '연기'  (0) 2007.02.01
잘랄루딘 루미의 '봄의 정원으로 오라'  (0) 2007.01.31
안도현의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0) 2007.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