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김남주
겨울을 이기고 사랑은
봄을 기다릴 줄 안다
기다려 다시 사랑은
불모의 땅을 파헤쳐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리고
천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한 그루 나무를 심을 줄 안다
사랑은
가을을 끝낸 들녘에 서서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가질 줄 안다
너와 나와 우리가
한 별을 우러러보며.
(이 시를 처음 읽고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른다. 특히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가질 줄 안다' 이 구절에서
감탄을 했던 기억이 난다. 남는 사과 남 주는 게 아니라
자기가 먹을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가질 줄 아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김남주 시인은 이 세상에 없지만 그가 남긴 시는 내 가슴 속에 이렇게 살아 있다.
2007. 2. 2. 창원에서 자작나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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