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문)

의심하는 인간

자작나무의숲 2023. 5. 28. 10:52

1. 개괄
박규철 국민대학교 서양고대철학 교수가 쓴 "의심하는 인간"을 읽었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의 아카데미  회의주의자들과 피론주의자들, 그들의 영향하에 있던 중세의 아우구스티누스와 르네상스 시기의 몽테뉴를 소개했다.

2. 발췌
프랑스의 대문호 앙드레 지드는 "진리를 구하는 이들을 믿어라. 진리를 찾아내는 이들을 의심하라"라고 말했다...여기에서 진리를 찾아내는 이들은 독단주의자이고 진리를 구하는 이들은 회의주의자라는 해석이 가장 무난할 것이다.

고대  회의주의자들이 천착했던 호모 두비탄스 즉 의심하는 인간이라는 새로운 인간상이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줄 하나의 대안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섹스투스는 판단유보와 마음의 평안의 관계를 물체와 그림자의 관계와 비슷한 것으로 언급했다.  즉 그는 물체에 그림자가 자연스럽게 따라오듯이 독단적 믿음에서 자유로워지면 마음의 평안이 자연스럽게  찾아온다고 생각했다.

섹스투스는 인간 행위와 행복의 근거로 자연의 인도함과 느낌의 필연적 요구 그리고 법률과 관습의 전통과 전문기술 교육이라는 네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섹스투스는 시종일관 회의주의자가 탐구자라고 강조했다...진리에 대해 탐구하기보다는 진리에 도달했다고 자만하는 사람들이 독단주의자이다.  또한 진리는 파악될 수 없다고  자포자기했던 사람들도 독단주의자이다. 전자는 긍정적 독단주의자이고 후자는 부정적 독단주의자이다. 그리고 회의주의자는 양 독단주의에 빠지지 않으면서 성실하게 진리를 탐구하는 사람들이다.

회의주의를 초월하는 신앙주의에 대한 아우구스티누스의 언급은 '나는 오류를 범한다. 그렇기에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통해 표현되기도 했다. 이 명제 속에서 그는 회의주의를 넘어서는 인간 존재의 실존적 확실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즉 인간이라는 존재는 수많은 오류에 노출된 유한한 존재이지만 오히려 그러한 유한성으로 인해 자신의 실존적 확실성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신앙주의자로서 몽테뉴는 신의 은총이 배제된  인간 영혼은 항상 불안하고 불편한 상태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몽테뉴는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을 신앙주의에서 찾았다...이런 점에서 몽테뉴의 새로운 피론주의는 신앙주의를 제1원리로, 회의주의를 제2원리로 설정했다.

2023. 5. 28. 서울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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