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물)

줬으면 그만이지

자작나무의숲 2022. 12. 23. 18:04

1. 김주완 기자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이 쓴 "줬으면 그만이지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취재기"를 읽었다.

김주완은 평생 기자로 살아온 사람이다. 그래서 많은 글을 썼다. 나는 그가 쓴 책 "별난 사람 별난 인생" "토호세력의 뿌리"등을 읽었다. 기억되어야 하나 잊고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 많이 알려져 있으나 잘못 알려진 것을 바로 잡는 것이 그의 기자정신이 아닐까?

저자가 2015년부터 김장하 선생을 취재해 온 내용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김장하 선생을 '이 시대의 강상호 선생'이라는 말로 요약한다. 호의호식할 수 있는 부자임에도 자신의 재산을 털어 세상의 가장 천대받는 사람들 편에서 평등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앞장섰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2. 김장하 선생
호가 남성인데 수를 맡은 별이라고 한다. "약방에서 지어준 약을 먹고 다들 오래살라는 뜻이지. 또 그 별은 보일듯 말 듯하면서도 그러나 역할은 한다. 앞에 나서지 말고 항상 제 역할을 하는 그런 사람이 되라"는 뜻에서 할아버지가 지어주셨다고 한다.

그는 명신고교를 설립하는데, 자신이 배우지 못한 원인인 가난 때문에 후배들이 억울함을 가져서는 아니 된다는 점, 한약업에 종사하면서 병든 이들에게서 거둔 이윤이겠기에 자신을 위해 쓰여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1991년 명신고등학교를 국가에 기증했는데 당시 토지, 건물 등이 공시가격으로 60억 정도 되었다. 1992~2003년 경상국립대 남명학관 건립, 남명학연구에 13억 원을 기부하였다. 2021년 남성문화재단을 해산하여 잔여재산 34억 5000만 원 상당을 경상국립대에 이관하였다.

그분이 장학금을 준 사람과 액수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기증자가 밝히지 아니하므로. 저자는 선생의 장학생이 1000명이 넘고 금액은 30억~40억 정도로 추산한다.

특히 그분은 학생의 성적을 보지 않았고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주는 게 보통이었고, 장학금을 받고도 특별한 인물이 못 되어서 죄송하다는 이에게 "내가 그런 걸 바란 게 아니야.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고 있는 거야"라고 말하는 분이었다. 그는 민주화운동으로 옥고를 치르고 출소한 우종원에게 "이준호처럼 열심히 공부하여 이 사회에 기여할 수도 있지만 너 우종원처럼 민주화를 위해 싸우는 것도 크나큰 애국이다"라고 말하는 분이었다.

진주신문,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진주환경운동연합, 진주문화사랑모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진주지부, 지리산살리기국민행동, 진주오광대보존회, 가정폭력 피해여성 보호시설, 뉴스사천 등 진주에서 그분의 도움을 받지 않은 사회단체가 없을 정도다. 단 하나 정치인에게는 한푼도 기부한 바가 없다.

홍창신 선생이 말한 대로 "진주정신이란 게 만약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막연한 추상을 걷어내고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현물을 드러낸다면 그분이 삶으로 체현하며 우리에게 보여준 바로 그것을 일컬어도 될 것"이다.

김장하 선생은 자신의 운명을 바꾸며 살아온 일을 두 가지 꼽았는데 첫째가 19살에 한약사 시험을 친 일이고, 두 번째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심한 일이다.

1990년 중반 무렵 김장하 선생이 컴퓨터학원에 다녔고 천리안에서 웹페이지를 만들었다는 점도 놀라웠다.

3. 기억의 공유
기억되는 것은 이어지고 잊혀진 것은 사라진다. 기억되어야 할 것이 사라지고 잊혀져야 할 것이 이어질 때 역사는 후퇴한다. 역사는 저절로 발전하는 법이 없다. 선생의 발자취가 기억되어 이어질 때 제자들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릴 힘을 얻게 된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2022. 12. 23. 서울에서 문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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