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추천)

그리스인 조르바를 다시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6. 8. 21. 12:16

1. 니코스 카잔차키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쓴 <그리스인 조르바>를 다시 읽었다. 그는 1883년 크레타에서 태어났고, 1957년 사망하였다. 

출생 당시 크레타는 오스카 제국의 지배를 받았고, 지금은 그리스의 영토다. 

그는 자기 영혼에 깊은 골을 남긴 사람으로 호메로스, 베르그송, 니체, 조르바를 꼽았다. 카잔차키스는 1919년 공공복지부 

장관에 임명되어 카프카스에서 볼세비키에 의해 처형될 위기에 처한 15만 명의 그리스인을 송환하라는 임무를 맡고 떠나는데, 

이 팀에 조르바도 끼여 있었다.

생전에 그가 마련해놓은 묘비명은 다음과 같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2. 그리스인 조르바

'항구 도시 피레에프스에서 조르바를 처음 만났다'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나와 조르바다. 이 둘은 여러 가지로 대비된다. 우선 나는 '자신을 구하는 유일한 길은 남을 구하려고 애쓰는 것이다.'고 말했지만, 정작 카프카스로 동포들을 구하러 가자는 친구의 제안은 거절한다. 그 친구와 이별하는 날 나는 원고 

나부랭이를 팽개치고 행동하는 인생으로 뛰어들 구실을 찾는다. 크레타 해안에 폐광이 된 갈탄광 한 자리를 빌려 둔 게 있었는데 노동자, 농부와 같은 단순한 사람들과 새 생활을 해보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갈탄광이 성공하면 모든 것을 서로 나누어 갖고 형제들처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음식을 먹는 일종의 공동사회를 만드는 것이 나의 계획이었지만 결국 실패한다. 


크레타로 가는 배 안에서 우연하게 조르바를 만난다. 조르바는 나에게 '날 데려가시겠소?' 라고 묻고 망설이는 나에게 '당신 역시 저울 한 벌 가지고 다니는 것 아니오? 매사를 정밀하게 달아보는 버릇 말이오. 자, 젊은 양반, 결정해버리쇼. 눈 꽉 감고 해버리는 거요.' 라고 말한다. 결국 동행하여 사업이 망할 때까지 같이 생활한다. 크레타로 같이 떠날 때 둘이 나눈 대화는 다음과 같다.


결국 당신은 내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겁니다. /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 자유라는 거지.


조르바는 곡괭이와 악기 산투르를 함께 다룰 수 있다. 그의 왼손 집게손가락이 반 이상 잘려 나갔다. 도자기를 만들려고 '녹로

돌리는데 자꾸 거치적거리더란 말입니다. 이게 끼어들어 글쎄 내가 만들려던 걸 뭉개어 놓지 뭡니까. 그래서 어느 날 손도끼를 들어......' 잘라 버린다. 


조르바는 65세지만 여전히 여자를 좋아한다. 특히 과부와 자주 관계를 맺는다. 첫 번째로 등장한 오르탕스 부인을 보면, '음식은 곧 피로 변했고 세상은 더 아름다워 보였다. 우리 옆에 앉은 여자는 시시각각으로 젊어졌다. 얼굴의 주름살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아무것도 믿지 않소. 내가 사람을 믿는다면 하느님도 믿고 악마도 믿을 거요. 그거나 그거나 마찬가지니까.' 라고 말한다.


나는 타파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폐허 위에 무엇을 세워야 하는지, 그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나는 육신을 붓다로 만들려고 피눈물 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조르바의 거듭된 권유에 따라 과부와 잠자리를 한번 같이한다. 


나는 '진정한 행복이란 이런 것인가. 야망이 없으면서도 세상의 야망을 다 품은 듯이 말처럼 뼈가 휘도록 일하는 것...... 사람들에게서 멀리 떠나,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되 사람을 사랑하며 사는 것.' 라고 생각한다. 내 피는 끓어오르지도, 정열적으로 사랑하지도 미워하지도 못했다.


조르바는 말한다. '뭘 먹고 싶고 갖고 싶으면 어떻게 하는 줄 아십니까? 목구멍이 미어지도록 처넣어 다시는 그 놈의 생각이 안 나도록 해버려요. 그러면 말만 들어도 구역질이 나는 겁니다''이게 사람이 자유를 얻는 도리올시다. 내 말 잘들어요. 터질 만큼 처넣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금욕주의 같은 걸로는 안돼요.'


조르바는 그리스-불가리아 전쟁에 참여하여 전쟁의 잔혹함을 깨닫고 '당신이 믿어야 할 것은 바로 나 같은 사람이에요. 조국 같은 게 있는 한 인간은 짐승, 그것도 앞뒤 헤아릴 줄 모르는 짐승 신세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라고 말한다.


조르바는 말한다. '일을 어정쩡하게 하면 끝장 나는 겁니다. 말도 어정쩡하게 하고 선행도 어정쩡하게 하는 것,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건 다 그 어정쩡한 것 때문입니다. 할 때는 화끈하게 하는 겁니다'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조르바는 죽으면서 나에게 유언을 남긴다. '최후의 순간까지 정신이 말짱했고. 그 사람을 생각하더라고 전해주시오. 그리고 나는 무슨 짓을 했건 후회는 않더라고 해주시오.'


3. 또 하나의 나

나는 자유롭지 않다. 하고 싶은 대로 살지도 않고, 의무에 충실하지도 않다. 늘 꿈만 꾼다.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2016. 8. 21. 부산에서 자작나무








'독서일기(추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라마조프형제들을 다시 읽고  (0) 2016.12.11
부활을 다시 읽고  (0) 2016.11.20
페스트를 다시 읽고  (0) 2016.06.20
프랑켄슈타인  (0) 2016.04.10
멋진 신세계  (0) 2016.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