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추천)

프랑켄슈타인

자작나무의숲 2016. 4. 10. 19:09

1. 개괄

메리 셸리가 쓴 <프랑켄스타인>을 읽었다. 작가는 1797년 런던에서 태어났고, 19살에 이 작품을 쓰기 시작하여 1818년 이 작품을 출간하였으며, 1831년 개작해 출간하였다. 작가는 같은 사건이라도 경험의 주체에 따라 전혀 다른 체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따라서 모든 이야기에는 이면이 있음도 날카롭게 의식하고 있었다. 불경한 기술을 빌려 창조주를 사칭함으로써 멸절의 위기를 자초하는 인류에 대한 경고를 원형적 서사로 풀어냈다고 한다.


2. 발췌

처음에는 의무와 결단의 문제였지만 이제는 열의와 열정으로 화하여, 실험실에서 연구에 몰두하다 보면 아침 햇살에 별들이 사라지는 일도 흔했다.


계획이 아무리 장대하고 복잡하다 해도 실행이 불가능하다는 뜻이 될 수는 없었다. 바로 이런 마음으로 나는 인간창조에 착수했다.


지금 매진하고 있는 공부가 사랑하는 마음을 약하게 하고 어떤 연금술로도 합성할 수 없는 소박한 즐거움을 아끼는 취향을 망가뜨리려 한다면, 그 공부는 분명 불법적이며 인간의 정신에 맞지 않는 것이다.


살면서 일어나는 다양한 우연들도 사람의 감정만큼 변덕스럽지는 않다.


숙부님은 그 애가 법조인 교육을 받고 흥미를 갖게 되어 판사가 되면 어떨까 하셨어. 하지만 그 애 적성에 전혀 맞지 않는 데다, 인간을 먹여 살리기 위해 땅을 일구는 일이 인간의 죄악을 목도하고 가끔은 공범자가 되는 일보다는 훨씬 훌륭한 일이잖아. 그래서 부농의 삶이, 명예는 차지하더라도,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계속 상대해야 하는 판사보다 행복한 직업이라고 말씀 드렸어.


살육과 고통에서 쾌감을 찾는 저주받은 괴물을 내가 이 세상에 풀어놓았구나. 그놈이 벌써 내 동생을 살해하지 않았던가?


다들 잘못 알고 있어. 내가 살인자를 알아. 유스틴은, 불쌍하고 착한 유스틴은 죄가 없어.


삶이 고뇌의 연속에 불과하더라도, 내게는 소중한 것이니 지킬 생각이다. 기억하라, 당신이 나를 당신 자신보다 더 강력하게 창조했다는 것을.


이제는 서둘러 좀 더 격정적인 부분으로 넘어가야겠다. 이제부터 이야기할 사건들 때문에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로 바뀌었으니까.


지식의 본질이란 얼마나 희한한 것인가! 일단 마음을 사로잡으면, 마치 바위에 이끼가 끼듯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생명을 얻은 그날을 증오한다! 나는 괴로움에 울부짖었다. 저주받은 창조자! 어째서 자기마저 역겨워 등을 돌릴 흉악한 괴물을 빚어냈단 말인가? 신은 연민을 갖고 자신을 본떠 인간을 아름답고 매혹적으로 창조했다. 그러나 내 모습은 당신의 더러운 투영이고, 닮았기 때문에 더욱 끔찍스럽다.


나는 불행하기 때문에 사악하다. 모든 인류가 나를 피하고 증오하지 않는가? 내 창조주인 당신도 나를 갈가리 찢어버리고 승리의 기쁨에 젖으려 한다. 그걸 기억하라, 그리고 인간이 나를 동정하지 않는데 내가 왜 인간을 동정해야 하는지 말해달라.


어떤 유대도 사랑도 가질 수 없다면, 내 몫은 오로지 증오와 악뿐이다. 다른 이를 사랑하게 되면 내 범죄의 원인은 없어져버리고 나는 아무도 존재를 모르는 사물이 될 것이다. 내가 저지른 악행들은 억지로 견뎌야 했던 지긋지긋한 고독이 낳은 자식들이다. 그러니 동등한 존재와 함께 살게 된다면 미덕들도 당연히 표면으로 떠오를 것이다. 그때는 내가 지각 있는 존재의 애정을 느낄 것이고, 지금은 이렇게 소외되어 있지만 존재와 사건의 사슬과도 이어질 것이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예전처럼 인류의 일원이라는 기분이 들었으며, 지난 일을 훨씬 더 냉정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우리 감정이란 얼마나 변덕스러우며, 이 참담한 불행의 극한에서도 끝내 놓지 못하는 목숨에 대한 애착이란 얼마나 기이한 것인가!


가끔은 호수 한편으로 몽살레브, 몽탈레그르의 유려한 강둑이 보였고, 아득히 멀리, 만물을 굽어보는 아름다운 몽블랑이 보였다. 옹기종기 모인 눈 덮인 산들이 헛되이 몽블랑을 흉내내고 있었다.


나 자신에게 치명적인 고문행위를 자초하는 짓임을 알고 있었으나, 나 자신은 충동적 본능의 주인이 아니라 노예와 같아 혐오스러워하면서도 온순히 따르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타락한 천사가 사악한 악마가 되는 법이다. 하지만 심지어 신과 인간의 원수에게조차 외로움을 함께할 친구와 동료가 있다. 나는 철저히 혼자다.


범죄에 더럽혀지고 쓰디쓴 회한에 갈기갈기 찢긴 내가 죽음이 아니라면 어디서 휴식을 찾겠는가? 안녕히! 이제 난 당신을 떠난다. 그리고 당신은 내 눈이 보게될 마지막 인간이 되겠지.


3. 소감

새로운 기술이 프랑켄슈타인이 될지 축복이 될지는 인문학의 안받침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2016. 4. 10.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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