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소설)

작은 것들의 신

자작나무의숲 2016. 5. 15. 18:55

1. 개괄

아룬다티 로이가 쓴 <작은 것들의 신>을 읽었다. 작가는 1961년 인도에서 태어났고, 1997년 이 작품을 출간하였다. 작가는 '이 소설은 나의 세상이며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다. 또한 이 소설은 장소나 관습에 관한 것이 아니라 들과 땅과 공간에 관한 것이며, 어떤 특정한 사회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인간본성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2. 발췌

그 아이의 장례식이 그 아이를 죽였다. 먼지는 먼지로 먼지는 먼지로 먼지는 먼지로, 그녀의 묘비에는 '우리에게 찰나의 순간 머물다 간 햇살'이라고 쓰여 있었다.


'큰 신'이 열풍처럼 아우성치며 복종을 요구했다. 그러자 '작은 신(은밀하고 조심스러운, 사적이고 제한적인)이 스스로 상처를 지져 막고는 무감각해진 채 자신의 무모함을 비웃으며 떨어져나갔다.


침묵이 제삽자처럼 조카손녀와 대고모 사이에 끼어앉았다.


필라이 동지는 가슴 위로 팔짱을 낀 채 자신의 겨드랑이가 자신의 소유라고 말하는 양 꽉 안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겨드랑이를 빌려달라고 하자 막 거절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녀의 삶은 이제 어느 정도 크기와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발에는 전혀 감각이 없었고, 그저 눈으로만 두 발이 여전히 자신의 몸에 붙어 있음을 자신의 일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은 길 끝에 놓인 것보다 길 자체의 상태였다. 얼마큼 왔는지 알려주는 이정표도 없었다. 길을 따라 자라는 나무도 없었다. 길에 그늘을 드리우는 어룽거리는 그림자도 없었다.


더 나중에도, 이날 이후 이어진 열세 번의 밤 동안에도 본능적으로 그들은 '작은 것들'에 집착했다. '큰 것들'은 안에 도사리고 있지도 않았다. 자신들에게는 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미래도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작은 것들에 집착했다.


3. 소감

번역자의 해설에 따르면. '암무고 벨루타는 그렇게 큰 것은 외면하려 애쓴다. 큰 것을 볼수록 그들에겐 미래도 그 무엇도 없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작은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애정을 쏟는다...그들의 운명은 그렇게 부서지기 쉬운 약한 것이기에, 약속할 수 있는, 혹은 약속할 수 있다고 믿는 미래란 오직 '내일'뿐이기에 그들은 작은 것에 집착한다.' 

이란성 쌍둥이 라헬과 에스타, 쌍둥이 엄마인 암무와 불가촉천민인 벨루타의 허용되지 아니한 사랑, 쌍둥이 외사촌인 소피 몰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야기는 끝이 없다. 작가의 언어도 새롭다.  


           2016. 5. 15.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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