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괄
미하일 레르몬토프가 쓴 <우리 시대의 영웅>을 읽었다. 작가는 1814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고, 1840년 이 책을 출간하였으며, 1841년 27살의 나이에 마르티노프와 말다툼을 벌인 끝에 결투에서 사망하였다.
이 책은 따로 썼던 <벨라-어느 장교의 캅카스 수기에서>, <운명론자>, <타만>을 하나의 틀에 묶어 단행본 형태로 출간한 것이다. 이 작품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캅카스의 젊은 장교 페초린이다. 그는 족장의 딸 벨라에게 반해 그녀의 사랑을 얻자 이내 시들시들해지고, 오래된 연인 베라와 진짜 사랑을 하고 이를 지속시키기 위하여 목숨을 건 연극판을 벌이기도 하고, 세르비아 전사 불리치의 살해범인 카자크를 혼자 힘으로 생포하기도 한다.
2. 발췌
달착지근한 것이라면 사람들은 충분히 먹어왔다. 오죽하면 위장까지 망가졌을까. 지금 필요한 것은 쓴 약, 독한 진실이다(작가 서문)
누추한 차림의 주인들이 우리를 가깝게 맞아주었다. 폭풍우에 발이 묶인 여행객들을 받아주는 조건으로 정부가 그들에게 돈을 주고 먹여 살린다는 것을 나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야생에서 자란 여자의 사랑이 명망 있는 가문 태생의 귀족 아가씨의 사랑보다 조금은 나았어요. 하지만 전자의 무지함과 순박함도 후자의 교태만큼이나 빨리 싫증이 나더군요.
"누가 너한테 이 노래를 가르쳐주었지?" "누가 가르쳐준 게 아니에요. 생각나는 대로 부르는 거죠. 들리는 사람은 그냥 듣는 거고, 듣지 못하는 사람은 못 듣는 거고." "이름은 뭐야 가수 아가씨?" "세례를 해준 사람이 알겠죠"
대체 왜 운명은 나를 저 성실한 밀수업자의 평화로운 무리 속에 던져 넣은 걸까? 잔잔한 샘물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나는 그들의 평온을 뒤흔들어놓았고, 나 자신도 그 돌멩이처럼 밑바닥에 떨어질 뻔하지 않았는가!
어제 나는 퍄티고르스크에 도착하여 도시의 변두리, 마슈크 산기슭의 가장 높은 곳에 집을 얻었다. 천둥 번개가 칠 때는 비구름이 지붕까지 내려올 것 같은 집이었다.
이런 땅에서 사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왠지 기쁜 감정이 나의 온 혈관에 흘러넘쳤다. 공기는 어린아이의 뽀뽀처럼 깨끗하고 신선하다. 또 태양은 환하고 하늘은 푸르니,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나는 그라는 인간을 잘 알고, 그래서 그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의 군용 외투는 거부의 낙인 같은 것이거든.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관심은 적선만큼이나 무겁지.
"공작 영애는 이미 자네에게 반했어" 그는 귀까지 새빨개지며 우쭐댔다. 오, 자존심이여! 너는 가히 아르키메데스가 지구를 들어 올리려고 했던 그 지렛대로다.
그러고서 우리 사이에는 종이 위에 써본들 별 의미가 없는 대화가 시작됐는데, 그런 것은 반복할 수도, 심지어 기억할 수도 없다. 이탈리아 오페라처럼 소리의 의미가 말의 의미를 대체하고 또 보충하니까.
나는 우리가 곧 다시 헤어질 것임을, 그것도 영원히 그럴 것임을 알고 있다. 둘 다 무덤까지 서로 다른 길을 갈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 대한 추억은 내 영혼 속에 신성불가침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말은 나에게 어떤 마법적인 힘을 갖고 있다. 한 여자를 아무리 열정적으로 사랑할지라도, 그녀가 자기와 결혼해야 한다는 느낌이라도 갖게 할라치면 사랑은 영영 안녕이다! 내 마음은 돌로 변해, 아무것도 그것을 다시 달아오르게 하지 못한다. 그것만 아니라면 나는 어떤 희생도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 스무 번이라도 내 목숨을, 심지어 명예까지도 걸 수 있지만...하지만 내 자유만은 팔지 않겠다.
만약 결국엔 나의 별이 나를 배반한다면...? 하긴 놀랄 일도 아니지. 그것은 너무도 오랫동안 나의 변덕을 훙실히 떠받들어왔으니까. 하늘이라고 땅보다 더 지조가 있으란 법은 없지.
나의 사랑은 내가 사랑한 자들을 위해 아무것도 희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나의 내부에는 두 명의 인간이 있습니다. 한 명은 삶이라는 단어의 온전한 의미대로 삶을 살고, 다른 한 명은 그에 대해 사유하고 그를 심판합니다
왜 나는 운명이 나에게 열어준 그 길로, 조용한 기쁨과 심리적인 안정이 나를 기다리던 그 길로 들어서려 하지 않았을까...아니다! 나는 그런 운명과는 잘 지내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모든 것을 의심하기 좋아한다. 하지만 정신이 이런 성향을 지녔다고 해서 성격에 결단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에 관한 한, 나를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때 언제나 더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실상 죽음보다 더 나쁜 일은 일어날 수 없으며 또 죽음이란 피해할 수 없는 법이다!
3. 소감
연작소설이다 보니 줄거리를 연결짓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 작가가 현실 속의 결투에는 졌지만 소설 속의 주인공은 결투에서 이긴다.
2016. 5. 27.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