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소설)

채식주의자

자작나무의숲 2016. 6. 6. 18:54

1. 개괄

한강이 쓴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선물받은 책이다.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 상을 받은 것이 화제가 된 작품이다. 작가는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났고, 2007년 이 작품을 출간하였다. 2004~2005년 각각 발표한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을 연작소설로 묶어 단행본으로 출간하였다. 

영혜는 육식을 거부하고 끝내 일체의 음식을 거부한다. 이유는 그녀가 꾼 꿈 때문이었다. <채식주의자>는 영혜의 남편이 나로 등장하고, <몽고반점>은 영혜의 형부가 그로 등장하고, <나무불꽃>은 영혜의 언니인 인혜가 그녀로 등장한다.


2. 발췌

내가 들어가보지 못한, 알 길 없는, 알고 싶지 않은 꿈과 고통 속에서 그녀는 계속 야위어갔다.


장모의 끊어질 듯한 음성이 살벌한 정적 위에 떨리는 금을 그었다. 


처제가 딱할 만킄 말라 있었으므로, 그들이 그녀를 심하게 나무란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었다. 그러나 베트남 참전 용사 출신의 장인이 반항하는 처제의 뺨을 때리고, 우격다짐으로 입 안에 고깃덩어리를 밀어넣은 것은 아무리 돌아봐도 부조리극의 한 장면처럼 믿기지 않는 것이었다.


그의 열정어린 작품들과, 수족관에 갇힌 물고기 같은 그의 일상 사이에는 결코 동일인이라고 부를 수 없을 간격이 분명하게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네가! 죽을까봐 그러잖아! 영혜는 고개를 돌려, 낯선 여자를 바라보듯 그녀를 물끄러미 건너다보았다. 이윽고 흘러나온 질문을 마지막으로 영혜는 입을 다물었다......왜, 죽으면 안되는거야?


그녀는 살아본 적이 없었다. 기억할 수 있는 오래전의 어린 시절부터 다만 견뎌왔을 뿐이었다.


3. 소감

읽고 나니 혼란스럽다. 육식문명의 위험성을 경고하려니 하고 읽었다가 근본적인 질문을 받고 어리둥절한 상태다. 

왜 육식을 거부하면 안 되는가? 왜 형부와 처제는 성교를 하면 안 되는가? 왜 죽으면 안 되는가?

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이해되어야만 하는가? 인간은 진화된 동물인가? 몽골계의 표시라는 '몽고반점'을 제목으로 잡은 것도 심싱치 않다. 

작가는 질문만 던지고, 당황해하는 독자를 뒤로 한 채, 다른 작품을 쓴다는 핑계를 대고 유유히 사라진다.


                  2016. 6. 6.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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