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소설)

코스모스

자작나무의숲 2016. 6. 14. 18:53

1. 개괄

비톨트 곰브로비치가 쓴 <코스모스>를 읽었다. 저자는 1904년 폴란드에서 태어났고, 1939년부터 아르헨티나에서 살다가 1963년 베를린으로 이주했으며, 1965년 이 작품을 출간하였고, 1969년 사망하였다. 저자는 폴란드 문단에서 모더니즘의 3개 거장으로 꼽힌다. <일기>라는 작품에서 '예술가의 역할은 철학을 마법에, 즉 매혹 속에, 아름다움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결코 스스로의 힘으로 온전한 자신이 될 수 없으며, 타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존재다. 

이 작품의 주인공 비톨트는 현실에 온전히 스며들지 못한 채 눈 앞에 펼쳐지는 현상과 존재들을 낯설게 바라보는, 유리되고 단절된 주체이다. 이 소설이 자전적 요소와 허구적 요소가 혼재되어 있는 오토픽션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결론 없는 서술, 애매한 표현, 모호한 어휘와 문장을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실체의 혼돈과 불안정성을 부각시켰다.


2. 발췌

이제 나는 당신에게 조금 더 괴상스러운 모험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땀, 푹스가 걷고 있다. 그 뒤를 따르는 나, 바짓가랑이, 구두굽, 우리는 발을 질질 끌며 걷고 있다. 걷고 또 걷는다.


그녀가 사랑하는 고양이 목을 조르면서 나는 그녀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리고 광기, 다른 말로는 도저히 내 행동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모든 게 밝혀졌고, 그날 밤의 수수께끼들은 이제 진술과 해명의 건조한 모래 더미 위에 내려앉아 버렸다.


반면에 좀 더 중요하고, 좀 더 성가신 무엇인가가 천천히 사건의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그것은 내가 고양이를 교살했을 뿐만 아니라 매달았다는 사실에 기인한 것이다.


하나의 잎사귀와 한 그루의 나무가 모여 만들어진, 얼마나 많은 세부 항목들과 하찮은 사안들이 모여야 숲

이 완성되는 걸까. 우리는 숲이라고 말하지만, 그 단어는 분명치 않고, 익숙하지 않으며, 정립되지 않은 것들에 의해 조성된 것이다.


그들과 함께 이제는 자취를 감춰 버린 태양이 걸려 있던 쪽으로 걸어갔다.-태양이 남긴 건, 찬란하고 눈부신

無였다. 


벰베르그로 베르그를 향해 벰베르그 하기!


자코파네에서는 택시를 불러야만 했다. 질병, 의사들, 그 뒤로는 완전히 다른 세상, 나는 바르샤바로 돌아왔다. 부모님, 또다시 아버지와의 전쟁, 거기서 불거진 또다른 일들, 문제들, 분쟁들, 난관들, 오늘 점심 식사에는 닭고기 요리가 나왔다.


3. 소감

독서일기를 쓸까 말까 망설이다가 소설가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이 도리다 싶어 몇 줄 남긴다.


             2016. 6. 13.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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